

- “도시 인프라 선호 무시한 결과”
대중교통이 불편한 도심 외곽으로 밀려난 부산 행복주택이 수요자인 청년 세대의 관심 밖으로도 밀려났다. 강서구 범방동 일원에 추진되던 행복주택 사업이 중단되거나 대폭 축소될 위기다. 그간 행복주택 임대 신청이 미달한 사례는 있었지만, 첫 삽도 뜨기 전 탈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강서구는 ‘국제산업물류도시 ap-2 블록에 추진 중인 행복주택 건립 사업을 보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부산도시공사에 보냈다. ‘임대 수요를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범방동에는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원룸 등 기존 임대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신규 수요는 부족한데, 공공임대인 행복주택 1900여 세대가 들어서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산업물류도시 행복주택은 총사업비 2877억 원을 투입해 범방동 일원 5만3658㎡에 지하 2층, 지상 29층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10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도시공사는 2026년 3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1902세대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도시공사는 지난 5월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행복주택의 입주 수요가 33.4%에 그쳤다. 사업 시행을 결정하기 직전인 2020년 5월 조사 때(85.1%)보다 수요가 급감했다.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 청년 세대의 주거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러나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서구 범방동에 행복주택을 지으려다 보니, 청년 세대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의 주거 선호를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한, 예고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교통 여건이 좋은 도심지는 행복주택 입주 희망자가 넘치는 반면 외곽 지역은 미달 사태가 빚는다는 것이다. 올해 도시공사가 공급한 행복주택 중 도심지에 있는 ▷시청 앞 행복주택(2단지)은 4.5 대 1 ▷아미4 행복주택은 2.1 대 1 ▷용호 행복주택(환경공단 부지)은 7.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일광지구 7블록 행복주택은 0.8 대 1로 미달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행복주택 주요 임차인인 1, 2인 가구는 대중교통 여건 등 인프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범방동 일원은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굳이 멀리 와서 임대주택을 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도시공사는 사업 축소나 보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을 축소하면 설계를 다시 해야 해 약 7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사업을 보류하면 민간사업자 등과 계약이 얽혀 있어 손해액이 3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부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은 “수요와 손해 정도를 감안해 3분의 1 정도 규모로 사업을 줄여야 하지 않나 싶다”며 “시, 강서구와 협의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