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을 제1 허브로 운영 중인 에어부산에 대한 분리 매각 논의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LCC 통합의 선행 과제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합병)이 불확실성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부산 강서구 에어부산 신사옥에서 열린 ‘에어부산 일일 승무원 체험’에 참가한 국내 거주 몽골인 근로자의 자녀들이 기내 음료 서비스에 대해 배우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는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영국 경쟁당국도 전날 두 회사 합병으로 서비스 하락과 항공권 가격 상승을 우려하며 합병 승인 결정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과정은 지체되거나, 합병으로 탄생할 새 회사는 규모(노선)를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영국의 합병 조건을 맞추려면 두 회사의 합산 노선을 대폭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의 심사도 남았다. 두 회사 합병 이후 진행될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합병 논의도 더 미뤄진다.

분리 매각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더라도 대한항공 측에서 인천이나 김포공항 중심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가덕도 신공항을 모항으로 둔 항공사가 없으면 노선 배치에 불안정성이 생겨 물류나 관광 등 관련 산업 창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항공사들이 허브로 삼지 않는 울산공항은 취항 항공사들이 경제논리 때문에 최근 잇따라 철수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항공사가 없으면 제2의 울산공항 사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지역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만 기다리지 말고 에어부산이 독자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솔솔 나온다. 분리 매각이란 에어부산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지분(지난 6월 말 기준 42.83%)을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 지분을 팔면 적자 규모도 줄일 수 있고 에어부산도 새 대주주와 함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 에어부산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16일 기준으로 2688억5500만 원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했고 에어부산은 현재 저평가돼 있어 지금이 분리 매각의 적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교수는 “분리매각설 논리에는 큰 비약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역 상공인들은 앞서 지난 상반기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비공개로 만나 분리 매각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