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안정세 뚜렷한 징후 없어
- 한미 금리차 환율 변동성 감안
- 내달 임시금통위 가능성 희박
- 집값 하락·기업 이자부담 가중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는 것은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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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금리 인하 논의 시기상조”
이창용 한은 총재는 24일 금통위가 기준금리 0.25%포인트(3.00% → 3.25%) 인상을 발표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해 논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중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3.75%가 2명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물가 상승세가 안정됐다는 뚜렷한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다섯 달째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이번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다 한미 금리 격차 때문에 환율이 더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이날 베이비 스텝으로 미국과 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지만, 다음 달 연준이 빅 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된다. 이 총재는 “만약 75bp(1bp=0.01%포인트) 올리면 충격이 있을 것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별도 임시 금통위 개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열어두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증시 ‘제한적’, 부동산 침체 ‘계속’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에 미칠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예상 범위 안에서 인상 폭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 속도를 완화한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다. 반길 만한 요인”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실물경제 측면에서 본다면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로 반영되고, 수출도 전년 대비 감소로 돌아섰기 때문에 증시는 1분기까지 지속적인 조정 국면에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식시장이 당장 이 결과에 반응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 중 마무리돼도 인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어서 높은 금리 환경이 유지될 때 실물 경제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증시와 달리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금리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블랙홀’과 같다”며 “금융 이자 부담이 늘어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의 잇따른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과 관련해 “추후 고통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