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자 노동계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재검토와 품목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계속 고수 중인 데다 그동안의 위법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실효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9일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 결정과 관련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화물연대 측이 대화를 요청하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파업 사태가 일단 종료된 만큼 갈등 봉합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등에서는 정부와 화물연대 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논의할 주제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집단 운송거부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었던 안전운임제와 둘러싼 정부와 화물연대 간 의견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기사의 최소 운송료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된 뒤 올해 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의 영구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제안했다가 화물연대의 파업이 지속되자 재검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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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인천의 한 공동주택 공사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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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논의에서도 확실한 결론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적용 범위를 시멘트·컨테이너 이외의 다른 화물 분야로 확대하는 한편 이를 지속해서 시행하자는 화물연대의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따라서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하면 정부와 화물연대 간 대화가 다시 진행되더라도 양 측이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부는 조합원이 운송물량을 독점하는 등 운송업계에 존재하는 다른 불합리한 관행들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존속 여부 등에 비하면 중요성이 낮은 사안이어서 양 측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그동안 행해진 불법행위에 엄격한 대응을 한다는 정부 방침도 앞으로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업무 방해, 파업 불참자에 대한 폭력 등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화물연대와의 대화 과정에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등의 조치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인천의 주택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 정부는 노조의 불법, 부당 행위를 눈감아주는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끊어낼 것”이라고 전제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를 통해 정의가 실현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등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강성 기조가 또 따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노동계 측은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데도 정부가 계속해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대화를 통해 양 측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