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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본격화…부산 철강업계 경쟁력 하락 우려

역외기업 탄소배출량 따라 과세

  • 정인덕 기자 iself@kookje.co.kr
  •  |   입력 : 2023-01-16 20:10:5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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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시범·2026년 전면화 결정
- 한국 부담금 年 3400억 원 늘 듯

- 업계 “해외 원자재 업체로 교체
- 조건 맞추란 고객사 요구 받아
- 거절하면 거래 끊길까 걱정”

유럽연합(EU)이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수입 공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부산 울산 경남 중소 철강업체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CBAM이 도입되면 수입 업체가 부담하는 관세가 높아져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탄소 배출량을 산정·보고할 공식 검증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산·학·연과 협력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한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CBAM 10월 시범운영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EU는 역외 기업 공업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CBAM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시범 운영하고, 2026년께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EU 현지 수입업체에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보고하면 되지만, 2026년부터는 과세가 시작된다. t당 CBAM 인증서 1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과세 항목과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종을 적용 대상으로 판단한다.

국내 기업도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CBAM은 상대국의 경감 노력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은 유럽보다 탄소 배출 규제가 훨씬 약하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U가 운영 중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한국에서는 배출권이 탄소 t당 1만 9709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EU에서는 t당 10만 원 이상이다. 단순 계산해도 t당 8만 원씩 추가 지불이 발생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CBAM 인증서 가격이 14만 원까지 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총가격으로 보면 국내기업 타격이 더 쉽게 체감된다. 국제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에 따르면 CBAM으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은 2026년 9600만유로(약 1322억6000만 원)에서 2035년 3억4200만유로(약 4711억7600만 원)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철강산업은 EU에만 2021년 기준으로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수출한 만큼 타격이 크다.
■탄소 저감에 비상 걸린 업계

부산 울산 경남의 사정은 훨씬 더 심각하다.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수소 유기화합물 업체가 집중된 것은 물론, 철강은 부산의 3대 제조업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부산 철강산업은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1년 수출액만 35억5300만 달러(약 4조4003억 원)이고, 통계청에 따르면 종사자는 4만3831명에 달한다.

지역 철강업체들은 벌써 혼란에 빠졌다. 국내 대기업이 아닌, 친환경 원자재를 제작하는 외국 기업으로 납품처 변경을 제안받을 정도다. 부산 한 자동차부품 납품업체 대표는 “포스코에서 받은 원자재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해외 조립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CBAM 영향을 우려한 고객사가 ‘탄소 중립에 적극적인 원자재 제조업체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외국 기업과 접촉하니 국내보다 30~50% 정도 가격이 높아 난감하다.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아예 수급을 안 받는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역 금속제품 제조사 대표는 “현재 국내 업체에서는 철강 1t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2t이 발생한다. 원자재의 탄소 배출량부터 CBAM에 측정되므로, 국내 기업이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납품처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탄소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역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탄소 배출 측정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EU가 검증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배출량 보고를 위해 해외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영업 비밀 유출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1일 ‘철강산업 탄소 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출범했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을 반장으로 철강협회, 무역협회, 포스코, 현대제철을 비롯한 업계와 연구기관, 학계가 참여한다. 정부는 탄소 배출량 검·인증기관 확대, 국제 표준 개발 등을 통해 국내 탄소 발자국 측정·보고·검증 시장의 조기 정착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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