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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도시·삶의 질UP] <8> 양대 국제 이벤트의 ‘악연’

올림픽과 동거하던 엑스포, 결별 뒤 미래비전 플랫폼 거듭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3-02-14 19:07:0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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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올림픽 엑스포에 더부살이
- 각종 시설물 경기장 재활용도
- 2차 대전 이후 매스미디어 발달
- 스포츠 대중화로 위상 상승곡선

- 엑스포, 한때 TV 등에 밀렸지만
- 현재 인류공통과제 논의 새 지평

엑스포를 흔히 올림픽, FIFA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축제’라 한다. 전 세계 국가를 망라하는 대표적 국제 이벤트라는 뜻이다. 세 국제행사를 비교해 보면 관람자 수는 개최일이 90~180일로 긴 엑스포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폭발적 관심도는 올림픽과 월드컵이 높다. 재정 규모와 산업에 미치는 효과 면에서는 엑스포가 앞서지만 개최국의 인지도 향상, 수익 창출은 올림픽과 월드컵이 우위라 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잇따라 치른 중국은 경제 파급효과에서 엑스포가 올림픽의 3.49배에 달한다는 추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디어 노출, 대중 통합력, 국민적 자긍심 등 무형의 가치까지 따지면 올림픽과 월드컵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국가대항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행사와 산업·과학·문화 종합행사인 엑스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부산이 2030년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엑스포와 올림픽, 월드컵을 모두 개최한 7번째 나라가 된다. 기존 3대 글로벌 메가 이벤트 개최국은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다.
프랑스 센강에서 바라본 1900년 파리 박람회장. 부대행사처럼 열린 2회 올림픽 수영 경기가 강에서 펼쳐졌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1900년 파리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인 뱅센 경기장. 출처=BIE 홈페이지·위키피디아
■엑스포·올림픽 한 해에 개최

엑스포를 2회 이상 개최한 도시는 6회로 최다 기록인 파리를 비롯해 런던 바르셀로나 브뤼셀 리에주 밀라노 토리노 플로브디프 시카고 등 9곳이다. 2025년 엑스포 개최 예정인 오사카는 ‘아시아의 시대’를 연 1970년 엑스포에 이어 10번째 복수 개최도시가 된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56년 만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한 데 이어 엑스포도 55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다시 열게 됐다. 하계올림픽은 2회 이상 개최도시가 런던 파리 로스앤젤레스 아테네 도쿄 등 5곳이다. 한 나라가 엑스포와 올림픽을 같은 해에 개최한 경우도 있다. 미국과 스페인이다. 미국은 1984년 뉴올리언스엑스포와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스페인은 1992년 세비야엑스포와 바르셀로나올림픽을 한꺼번에 치렀다.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태동 이래 4년 주기를 철저히 지킨 반면 엑스포는 개최시기가 들쭉날쭉했다. 국제올림픽기구(IOC)가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한 데 비해 국제박람회기구(BIE)는 1928년 뒤늦게 출범한 데다 정부간기구여서 통제가 느슨했기 때문이다.

0과 5로 끝나는 해에 열리는 등록엑스포 5년 개최주기도 2000년 하노버엑스포에 와서야 비로소 정착됐다. BIE는 1936년 이전 22개 박람회를 등록박람회(월드엑스포)로 추인했다. 이후 BIE가 관장한 13개 등록박람회와 34개 인정박람회(전문엑스포)가 열렸다.

엑스포 시설을 올림픽에 재활용한 도시로는 바르셀로나 몬트리올 밴쿠버 등이 꼽힌다. 바르셀로나는 1929년 박람회를 성곽 요새였던 몬주익 언덕에서 열었다. 평지가 아닌 비탈 지형에 조성된 박람회장은 처음이었다. 3단 계단식 파노라마 형태의 박람회장 가장 높은 지대에 수용인원 6만 명 규모의 대형 스타디움이 들어섰다. 이곳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주경기장이 됐다. 황영조 선수가 막판 역주로 손기정 이후 56년 만에 마라톤 우승 테이프를 끊은 것이 바로 이곳이다. 몬트리올은 1967년 세인트 헬렌 섬 박람회장을 1976년 하계올림픽 경기장으로, 밴쿠버는 1986년 엑스포 때 지은 BC 플레이스를 2010년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장으로 활용했다.
■5달 걸쳐 열린 2·3회 올림픽

흥미로운 대목은 초기 올림픽이 엑스포와 함께 개최된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 생긴 올림픽이 반세기 역사의 거대 국제행사로 자리 잡은 세계박람회에 ‘더부살이’하면서 존폐가 위태로울 정도로 구박받았다.

엑스포-올림픽 병행 개최는 근대 올림픽운동을 이끈 쿠베르탱 남작의 구상에서 비롯됐다. 그는 애초 첫 올림픽을 1900년 파리박람회와 함께 열 것을 제안했다.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세계박람회와 함께 개최하면 경기장 건설과 각국 참가, 관중 동원, 홍보 등에 큰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일부 IOC 위원들이 조기 개최를 주장했다. 논란 끝에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1896년 1회 대회를 개최하고, 1900년 2회 대회를 파리에서 치르는 방안으로 조정됐다. 조촐하게 열린 1회 이후 2회 올림픽은 파리박람회 조직위의 몰이해와 텃세에 부닥쳐 난항을 겪었다.

운영주체 등을 둘러싼 다툼으로 쿠베르탱 IOC 위원장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람회 조직위는 프랑스사격협회장을 대회장으로 임명해 박람회 부대행사를 밀어붙였다. 대회명도 올림픽 대신 ‘국제스포츠대회’란 멋쩍은 이름을 썼다. 당시 언론은 파리박람회 스포츠대회로 통칭했다.

파리올림픽은 결국 개막식도 없이 1900년 5월14일부터 뱅센 경기장 등 14곳에서 열렸다. 개최기간이 10일이었던 1회와 달리 5달에 분산돼 열려 주목도가 낮았다. 엑스포 개최기간에 맞춘 것이다. 그나마 1회에 비해 규모는 커졌다. 경기 종목이 9개에서 20개로, 참가국이 14개국에서 24개국으로, 참가선수가 245명에서 994명으로 늘었다. 3회 올림픽도 엑스포에 휘둘려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IOC는 애초 3회 올림픽 개최지로 시카고를 선정했다. 1893년 성대한 세계박람회를 치른 경험을 높이 샀다. 그러자 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 주최 측이 훼방을 놓았다. 국제행사가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에서 동시에 열리면 관심이 분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중문화 시대 엇갈린 쌍곡선

박람회 조직위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별도의 국제스포츠대회를 열겠다고 IOC에 통보했다. 쿠베르탱 위원장은 이에 굴복해 올림픽 개최권을 넘겨준 뒤 세인트루이스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았다. 힘겨루기를 통해 ‘뺏어온’ 행사답게 3회 올림픽은 2회보다 더 맥 빠진 모양새가 됐다. 1904년 7월1일부터 5달 여에 걸쳐 16개 종목, 91개 경기가 분산 개최됐다. 참가국(12개국)과 참가선수(651명) 규모도 줄었다. 먼 거리를 이유로 유럽 선수들은 거의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베르탱은 훗날 회고록에서 “그때 박람회 조직위에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싸웠어야 했다”고 한탄하며 “올림픽 운동이 세계박람회를 거치면서 고사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라고 밝혔다.

엑스포와 초기 올림픽의 ‘악연’은 거인과 갓난아기 같았던 당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차 대전 이후 올림픽은 매스미디어 도약, 스포츠 대중화 속에 급속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에 엑스포는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텔레비전·컴퓨터·놀이공원 등 대체재의 도전에 둘러싸여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처럼 도태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하지만 현대 엑스포는 새 지평을 열어나갔다. 과시적 경쟁보다 인류 공통과제를 논의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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