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채 보유, 보험 안들어도
- 건당 처벌 안돼 ‘솜방망이’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빌라왕 사태’로 불리는 전세 사기가 속출하는데도 임차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 유명무실하게 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특히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는 부산진구 서면 A오피스텔(국제신문 지난 9일 자 1면 등 보도)은 보증보험 가입 대상조차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
|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 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제신문 DB |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산에서 등록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위반해 부과받은 과태료 건수는 단 4건에 그쳤다. 전국은 37건으로, 총과태료는 6억3452만 원이 전부였다. 지자체의 단속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주택 임대차 계약이 해지 또는 만료됐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주택의 경매·공매 절차가 시작돼 보증금을 받지 못할 때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보험 기관에서 가입할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임대인이 등록 임대사업자라면 2021년 8월 이후 체결된 계약부터 가입이 의무화됐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는 보증금의 최대 1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다만 과태료 총액은 3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행정 처분은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기준에는 ‘위반 행위가 둘 이상이면 금액이 많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부과권자는 위반 내용이나 정도가 중하면 과태료 액수를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다. 즉 임대사업자가 100채의 전세 물건에 대한 보증보험을 들지 않아도 과태료는 건마다 부과되지 않고 모두 합해 최대 4500만 원에 그친다. 최근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주택은 총 462채인데, 보증보험에 가입한 건 44채뿐이다.
이마저도 업무용 오피스텔에는 무용지물이다.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상 주거용이 아니면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무용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법적 공백이 불가피하다.
국제신문이 전세 사기 의혹을 보도한 서면 A오피스텔도 업무용이다. 임차인의 피해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오피스텔 임대인 B 씨는 지난해 말 이후 잠적했다. B 씨는 미분양 상태의 오피스텔 64채를 일괄 매입했다. 현재 40여 명의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 8000만~1억4000만 원을 주고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40억 원이 넘는 금액이 근저당 설정돼 있다.
부산지역 중개업소 C 소장은 “업무용 오피스텔은 보증기관에서 아예 보험에 가입해주지 않는다. 오피스텔에 근저당이 많이 설정됐다면 전세로 들어가는 것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