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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도시·삶의 질UP] <9> 엑스포와 함께 성장한 기업들

발명품·브랜드의 요람, 다음 산업혁명 빛낼 주인공 누굴까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3-02-28 19:30:5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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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이어·싱어·코카콜라 같은
- 한 세기 넘은 기업 산실이자
- 파텍필립 시계·루이뷔통 등
- 명품 브랜드 데뷔 무대이기도

- 車 대량생산 선보인 포드·GM
- 사상 최초 ‘공식후원제’ 도입
- 日·中·韓 아시아 시대 포문 열어
- 엑스포 흐름과 경제권 한 궤도

엑스포는 혁신기업과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우는 플랫폼이 돼왔다. 역대 엑스포를 빛낸 숱한 발명품 뒤에는 그것을 개발한 기술자와 기업이 있었다. 굿이어·싱어·코카콜라 등 한 세기를 넘긴 장수 브랜드들은 어김없이 엑스포 무대를 통해 성장했다.
1855년 파리박람회에 선보인 신형 싱어 재봉틀.
기업을 키운 전통은 일찍이 엑스포의 효시인 1851년 런던박람회부터 시작됐다. 산업혁명 완숙기에 열린 런던박람회는 대형 기중기, 증기보일러 등 당대 최고 수준의 영국산 공산품이 압도했다. 중후장대(重厚長大)한 기계류 틈새엔 정밀시계 전보타전기 망원경 등 실용적 신개발품도 많았다.

특히 미국 발명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총기제조업자 새뮤얼 콜트는 연발권총을 비롯한 총기류를, 찰스 굿이어는 세계 최초 고무 타이어를, 사이러스 매코믹은 식량혁명에 기여한 바인더 수확기를 출품했다. 콜트 굿이어 매코믹 등 개발자 이름은 전통의 전문업체이자 브랜드로 오늘날까지 존속한다.

재봉틀은 초기 세계박람회에 등장한 획기적인 품목 중 하나였다. 아이작 싱어가 개발한 재봉틀은 1855년 파리박람회에 첫선을 보인 뒤 1862년 런던박람회에선 아예 별도 전시실을 차리고 마케팅에 나섰다.
2015년 밀라노엑스포 코카콜라 전시관.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요람

재봉틀은 단순한 바느질 도구가 아니라 가사노동과 의류산업의 근본을 바꾼 혁명적 제품이었다. 싱어는 이를 마케팅 콘셉트로 적극 내세웠다.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에선 엑스포 사상 최초 기업 전용 전시관을 세우고 첫 전기 재봉틀을 선보였다. 지금껏 명맥을 잇고 있는 싱어재봉틀회사는 엑스포 무대에서 성장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엑스포는 명품 브랜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파텍필립 손목시계는 1851년 런던박람회 금메달 수상작 중 하나로 눈길을 끌었다. 폴란드 기술자 파텍과 프랑스 기술자 필립이 공동 출품한 이 시계는 세계 최초의 독립 분침과 자동 태엽을 장착한 첨단 정밀제품이었다.

파텍필립 시계는 박람회 폐막 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에게 헌정돼 명품시계 계보의 시조가 됐다.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은 1867년 파리박람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루이뷔통은 마차에서 기차·자동차로 이전하는 교통혁신 트렌드를 미리 읽고 캔버스천으로 만든 직사각형 트렁크를 출품해 시그니처 제품이 됐다.

캐나다 출신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필라델피아박람회에서 전화기를 시연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송수화기에 설치한 전자석 극의 얇은 철판을 유도전류로 진동시켜 음성을 재생하는 방식이었다.

소리가 전기로 바뀌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이로운 모습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넓힌 현장이었다. 박람회 이듬해 설립된 벨전화회사는 1915년 샌프란시스코박람회에서 대륙횡단 장거리 전화를 개통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그가 1878년 파리박람회 당시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엑스포의 슈퍼스타였다. 에디슨은 역대 박람회에서 전구, 확성기, 축음기, 활동사진 영사기, 투시경 등 발명품을 잇따라 출품했다. GE는 1889년 박람회에서 에펠탑과 오페라거리에 각양각색의 컬러 전구를 설치해 ‘빛의 혁명’이란 찬사를 받았다.

■박람회장에 차 생산라인 설치

1867년 파리박람회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한 루이뷔통의 시그니처 트렁크 제품 안내서.
축음기의 경우 자신이 직접 부른 동요(‘떴다 떴다 비행기’의 원곡 ‘Mary had a little lamb’)를 녹음해 들려주는 시연으로 환호를 받았다.

엑스포의 흐름은 산업 자본주의 무게중심과 함께 움직였다. 20세기 들어 신흥경제권으로 일어선 미국이 세계박람회를 주도했다. 국가주의 기반의 유럽과 달리 미국 박람회는 상업주의와 이윤동기가 깊숙이 작용했다. 박람회 기획·집행에서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나누는 이원화 방식을 썼다. 그만큼 기업의 참여 폭이 넓어졌다.

미국의 첫 세계박람회였던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 개막식은 조지 콜리스의 700t급 세계 최대 증기엔진 가동이 하이라이트였다. 콜리스증기엔진회사가 제작한 20개 실린더 엔진은 산업강국 미국의 힘을 다이내믹하게 표출했다.

대규모 박람회가 이어지면서 개발자의 이름을 딴 기업과 브랜드가 속출했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떠오른 코카콜라를 비롯해 타자기의 레밍턴, 엘리베이터의 오티스, 케첩의 하인즈, 수프의 캠벨 등이 엑스포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헨리 포드는 1915년 샌프란시스코 박람회장에 생산공장을 지어 유명한 ‘T모델’ 자동차를 하루 18대씩 만들어냈다. 포드회사는 대량생산 조립라인을 창안함으로써 전 산업 생산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대량생산을 뜻하는 ‘포디즘(Fordism)’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싱어가 첫 테이프를 끊은 기업 전시관은 1915년 포드 전시관 이후 관례로 굳어졌다. GM은 1933년 시카고박람회부터 참여해 자동차 대중화의 문을 열었다. 에디슨의 GE는 미국 박람회의 절정을 이룬 1939년 뉴욕박람회에서 1000만 V 방전 시연을 통해 전기시대 리더임을 선언했다. RCA는 개막식 생중계로 텔레비전 시대 개막을 알렸다.

■기업 ‘공식 후원제’ 도입

‘아시아의 시대’를 연 1970년 오사카엑스포와 1985년 쓰쿠바엑스포에선 로봇, 초대형 스크린을 앞세운 소니, NEC, 마쓰시타, 히타치 등 일본 간판 기업들이 대형 전시관을 세우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1982년 녹스빌엑스포는 미국 중소도시에서 열린 작은 박람회였지만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 엑스포 사상 최초의 기업 ‘공식(official) 후원제’ 도입이다. 재원조달을 위해 효율적인 기업 후원 방식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가 공식 음료로, 뽀빠이 팝콘이 공식 팝콘으로, 거버가 공식 이유식으로 각각 지정됐다.

최대 규모였던 2010년 상하이엑스포는 기업 전시관도 역대급이었다. 코카콜라·GM·시스코 전시관, 석유 전시관, 한국·일본·상하이 기업공동전시관 등 19개 기업관이 설치됐다. 공동전시관엔 삼성·현대차·LG·포스코·롯데·두산·한국전력·효성 등 한국 대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이 엑스포에서 기업 전시관을 세운 것은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처음이었다.

해운·물류 산업 현장인 북항에서 열리게 될 2030년 부산엑스포는 부산·울산·경남권을 포함한 한국 기업의 혁신 콘셉트를 세계 소비자에게 신뢰성 있게 전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성될 글로벌 브랜드파워는 기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부산의 블록체인, 영상·문화·게임, 창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거제의 조선해양플랜트, 밀양의 나노융합, 울산의 수소 기반 모빌리티, 진주·사천의 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이 글로벌 무대에 본격 진출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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