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전력의 39% 수도권 소비
- 여야 “동일 요금 불합리” 인식
- 사용후핵연료 보관지역 보상도
- 미온적이던 산업부 입장 선회
- 수도권 “부당하다” 거센 저항 땐
- 정부 고물가로 추진 부담될수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을 위한 정치권의 법안 처리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야가 지역 간 ‘전력 공급·수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차등요금제 시행의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미온적이던 정부도 수용”
21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특허소위)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전력 소비량이 월등히 많은 수도권이 부산 울산 등 원전 소재 지역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건식저장시설 설치 등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떠안게 된 원전 소재 지역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산자중기위 역시 지난달 상임위 차원의 보고서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차등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부산지역 연간 발전량은 4만6579GWh로 서울(4337GWh)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판매 전력량(사용량과 같은 의미)은 서울이 4만8789GWh로 부산(2만1494GWh)의 2.3배에 달했다. 전기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서울이 소비량은 월등히 많은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판매 전력량(54만7933GWh) 가운데 서울 경기(14만531GWh) 인천(2만5507GWh)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차지한 비중은 39.2%(21만4827GWh)나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기요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이 지난 20일 특허소위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법안의) 내용을 잘 알고 취지도 공감한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박 의원실은 정부가 해당 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차등요금제 도입을 의무화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과 관련해 적어도 상임위 내에서는 여야가 합의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이미 산업부를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말했다. 그간 산업부는 원전 소재 지역 ‘중복 지원’ 논란 등을 우려해 차등요금제 도입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의 목표대로 ‘올해 하반기 국회 본회의 통과’가 현실화하면 부산 울산 등 원전 소재 지역의 숙원인 차등요금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내후년에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수도권 반발 가능성
하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장애물이나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수도권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산자중기위 내에서도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에 반대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자중기위에는 총 30명의 의원이 있다. 이 가운데 비례대표 6명을 뺀 24명 중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8명이다. 3명 중 1명꼴이다. 이들 수도권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다. 반면 부산(1명) 울산(1명) 경남(2명)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4명에 그친다. 박수영(부산 남갑) 권명호(울산 동) 김정호(경남 김해을)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이다.
정부 입장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수도권 내 반발 여론이 확산하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정부로서는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겠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