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지만 한국은행은 25일 3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그만큼 경기 침체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보다 경기에 방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로, 민간 소비 덕에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가까스로 피했다. 지난 3월 경상수지도 국내 기업 해외 현지 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면했다. 하지만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지난달(-26억2000만 달러)까지 14개월째 적자에 허덕인다.
이처럼 암울한 경제 지표에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췄다. 일찌감치 시장에서 ‘기준금리 동결’ 예상이 나온 것도 경기 위축 우려 때문이었다. 금리 인상의 명분도 약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2월 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한은은 1.75%포인트에 달하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75%포인트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시장을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일(현지시간)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34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320원대로 떨어졌다. 외국인들도 오히려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은의 부담도 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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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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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인하’ 전망은 엇갈려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3연속 동결을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로 받아들인다. 오는 8월 인하 가능성도 언급된다. 경기 침체에 대한 선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에 여전히 물가 상승 우려가 크고, 사상 최대 한미 금리차에 따른 원화 약세와 자금 유출 압박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물가 상승 폭이 줄고 있지만, 한은의 목표(2%)보다는 여전히 높다.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모두 이번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으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지속할지, 이것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에 따라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 기준금리를 절대 다시 올리지 못한다고 생각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