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공주택 공사비 증액분 수천억 원을 두고 부산도시공사와 건설사가 갈등을 빚는다. 건설사는 바뀐 지침을 근거로 계약 이후 발생한 물가 변동분을 도시공사가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도시공사는 공사비를 올려주면 공공임대주택 보급 등 다른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맞선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국제신문DB

도시공사는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의 공사비 조정을 협의하기 위해 민간사업자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에서 지방공사 등 공공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은 주택을 건설·분양해 투자 지분에 따라 수익을 정산·분배한다. 공공이 분양에 대한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민간에 지급할 공사비를 책정할 때 향후 물가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재원 운영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물가 변동에 따른 사업비 조정(에스컬레이션)은 없는 것으로 규정하는 사례가 많다.

도시공사가 공사비 조정을 협의할 사업은 총 7개다. 에코델타시티 18·19·20블록을 비롯해 시청 앞 행복주택, 아미4 행복주택, 환경공단 부지 행복주택, 일광 4블록 통합공공임대주택 등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1, 2년 새 자잿값 등이 급등해 공사비가 계약 당시보다 20~30% 올랐다고 판단한다. 업계는 7개 현장의 공사비 손실 규모를 2200억 원으로 추산한다.

도시공사가 협의를 진행하는 이유는 지난 3월 14일 바뀐 국토교통부 지침에 때문이다. 국토부는 건설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 협약에 ‘급격한 물가 변동을 사유로 한 사업비 조정’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이미 협약이 체결된 사업장에 급격한 물가 변동이 발생할 때도 민간이 공공에 사업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때 공공 시행자는 적정성을 판단한 후 증액 여부를 결정한다.

건설업계는 최근 공사비 인상 폭은 협약 당시 예측 불가능한 수준이라 손실을 도시공사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분은 천재지변 수준의 급격한 물가 변동으로, 건설사의 과실이 아니다. 공동 시공에 참여한 부산지역 중소 건설사 14곳의 손실 규모만 1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재무 구조가 취약한 중소 건설사는 자금난으로 연쇄 부도 우려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도시공사는 일단 협의는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증액된 공사비를 지급하는 데는 난색을 보인다. 협약 때 ‘물가 변동에 따른 사업비 증감액은 없다’는 조항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사비 증액을 결정하면 재정이 악화되고, 도시공사가 시행한 연구개발특구 서부산행정복합타운 공공임대주택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난감해한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의 손실을 부산시민을 위한 재원으로 메울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른 지역 도시공사 사례도 참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