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가 ‘집 짓기’를 꺼린다. 전문가는 내년부터 부산지역 주택 공급 부족이 현실화해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산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국제신문DB

26일 대한건설협회 월간 건설경제 동향을 보면 지난 4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10조9126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4월 19조4859억 원보다 무려 44.0% 감소한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3조7897억 원에서 3조6533억 원으로 3.6% 감소한 공공 발주 공사보다, 15조6962억 원에서 7조2592억 원으로 53.8% 급감한 민간 발주 공사의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지난 4월 건축 허가 면적은 1036만8000㎡로 1년 전보다 42.1%, 건축 착공 면적은 569만9000㎡로 48.8% 줄었다.

시공사가 공사를 기피하는 건 주택시장 침체와 공사비 폭등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경쟁 입찰이 줄어 단독 입찰이 늘거나 아예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심지어 공사비 갈등으로 어렵게 수주했던 현장에서 계약이 해지되기도 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인상돼 공사비를 올려야 하는데 분양가가 높으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사업성이 애매하면 아예 참여하지 않고 ‘될 곳’만 공사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예전에는 사업을 따내기만 해도 돈이 됐던 시기라 ‘닥치고 수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져서 현장마다 사업성을 매우 보수적으로 분석해 선별 수주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는 건설사의 아파트 건설 기피로 가까운 미래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서베이의 자료를 보면 올해 부산 입주 예정 물량은 2만5275가구지만, 2024년 1만4950가구, 2025년은 8570가구로 갈수록 크게 줄어든다. 업계는 한 해 부산 아파트 적정 입주 물량을 적게는 1만5000가구에서 많게는 2만 가구로 본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 부동산시장은 수급에 따른 집값 변동이 크게 나타난다. 올해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와 매매시장의 동반 약세가 예상되지만, 반대로 2024년과 2025년에는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 아파트를 필요로 하는 고정적 수요를 고려하면 입지에 따라 미분양 물건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