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 번째로 2170(지름 21㎜, 높이 70㎜) 원통형 이차전지 개발에 성공한 ㈜금양이 관련 분야 밸류체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역량을 모은다. 이차전지 밸류체인은 광물(리튬) - 선광(정제) - 양극재 - 이차전지(양극재＋음극재＋전해질＋ 분리막) - 전기차 - 재활용(리사이클링)으로 이뤄진다. 이 중 금양은 콩고 리튬 광산에서 원광을 채굴하고 이를 정제해 양극재 업체로 넘긴 뒤, 완성된 양극재를 받아 이차전지를 만든다.

양극재는 가장 중요한 이차전지 소재다. 금양은 양극재 주문과 동시에 필요한 광물을 직접 업체에 공급해 이차전지 가격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여기에다 벤처기업과 협업해 이차전지 품질을 개선한다. 또 부산 기장군에 짓는 2억 셀 규모 생산 공장을 통해 이차전지 양산 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폐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하는 분야도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 이차전지 생산 설비 전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리튬 채굴 가능성 봤다

금양은 지난해 콩고 마노노 리튬 광산회사의 지분을 인수했다. 금양은 이곳 1차 탐사에서 리튬이 포함된 페그마타이트층(편마암 노두)이 발견돼 정밀 채굴 작업에 돌입한다고 27일 밝혔다. 1차 채굴에서 8개 지점에 구멍을 뚫은 결과 3군데에서 리튬이 발굴됐다. 이에 시료 분석을 거쳐 대형 드릴로 수백 ｍ를 파내는 2차 탐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곳에서 5㎞ 떨어진 타 광산에서도 리튬이 발견된 적이 있어 기대감이 크다. 금양은 이 광산에 약 19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지난해 12월 1차분 95만 달러, 올해 2차분 850만 달러(100만 달러 지급, 2차 보고서 검토 후 750만 달러 추가), 내년 3차분 950만 달러를 내면 60% 지분을 얻는다.

지난 8일 몽골의 몽라 사와 엘스테이(elstei) 광산 개발권에 대한 지분 40%를 4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 광산은 현재 텅스텐 채굴을 준비하고 있으며 리튬 탐사도 병행한다. 따라서 금양은 리튬에 대한 채굴권을 갖기 위한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지분도 최대 6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금양 장호철 상무는 “콩고 광산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데 적어도 2, 3년이 걸리지만 몽골 텅스텐 채굴은 6개월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몽골 광산은 우선 텅스텐 채굴로 수지를 맞춘 뒤 장기적으로 리튬 채굴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금양 본사 부지 내 준공한 10층 규모 에너지기술퀀텀센터. 5개 층은 본사 사무실로, 나머지 5개 층은 100개 벤처기업 입주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벤처 협력 이끌 ‘퀀텀센터’

금양은 지난달 31일 사상구 본사 내 에너지기술퀀텀센터를 준공했다. 1만2985㎡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다. 금양은 퀀텀센터에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입주시켜 상생한다. 다음 달 또는 오는 8월 초에 참여할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총 100개 업체를 들일 방침이다. 퀀텀센터 4~8층 5개 층에 층별로 20곳씩 입주한다.

각 업체에는 66㎡(약 20평)를 3.3㎡당 월 임대료 1000원에 공급한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임대료 걱정 없이 연구·개발(R&D)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동반 성장하겠다는 뜻이다. 벤처기업에 내주는 4~8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층은 본사 사무실로 활용한다.

27일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에서 경영기획팀 장호철 상무가 이차전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2억 셀 기장공장 8월 착공

금양이 8000억 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생산 기지를 조성하기로 한 기장대우산단은 오는 8월 착공을 목표로 한다. 18만296㎡의 부지에 15만3000㎡ 규모 공장을 지어 2170과 4680 이차전지를 연간 2억 셀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2170은 현재 개발이 완료돼 사상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4680은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다. 이에 금양은 퀀텀센터로 본사를 옮긴 뒤 빈 공장을 리모델링해 4680 R&D센터로 활용한다. 이어 기장공장이 준공되면 2170과 함께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R&D센터는 4680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서 담당한다.

금양은 전기차에 사용된 폐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하는 데도 관심을 쏟는다. 리사이클링 분야는 직접 진출 또는 협력사와 합작하는 방안 모두를 놓고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금양은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 참가해 세계적 전기차 업체에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금양 류광지 회장은 “콩고와 몽골 광산회사 지분을 인수해 주요 원재료인 리튬 개발·가공부터 이차전지 생산과 리사이클링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국내 최초로 구축하겠다. 이를 통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