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근을 누락한 사례가 대거 발생함에 따라 건설 공사 감리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일어난 사태가 구조계산 누락, 도면 생략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감독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초기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LH의 ‘전관 특혜’ 근절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감리 기능 강화를 위한 별도 감독기구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지정한 감리단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관리·감독이 원칙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중복해서 점검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청의 감리 감독 권한을 늘리고, 민간 공사 때는 제3의 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감독 기구를 중앙에 둘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에 업무를 맡길지는 세부 논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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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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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국토부는 주택법을 개정해 감리 때 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행법상 감리자가 건축구조기술사와 의무적으로 협업하는 때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한정돼 있는데, 앞으로 이 범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런 방안이 현실화되면 중복 점검이 가능해져 아파트 건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적절한 사례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감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별도의 감독 기구가 존재함에 따라 자칫 업무가 겹칠 뿐 아니라 필요 이상의 힘이 집중되면 또 하나의 권력을 행사하는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H 전관 특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별도 감독기구 도입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통상 공공 건설이 추진되면 감리회사 선정은 LH 등 발주처가 담당한다. 이에 감리업체들은 유리한 영업을 위해 LH에서 일하다 퇴직한 사람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업체 가운데 LH와 계약이 이뤄진 업체는 9곳으로 파악됐다. 또 이들 업체가 LH와 2019년부터 올해까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3건, 규모는 2319억 원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LH 발주 공사 때 감리업체를 LH가 아니라 지자체 등이 선정하도록 해야 전관 특혜가 근절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LH 출신 인사들에 대한 특혜 문제가 해결되면 감리제도는 현행 방식에다 감리자에 대한 책임을 더 확실하게 묻는 조항을 첨부하는 것으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전관 특혜와 관련해 LH도 아파트를 포함한 공사의 발주 관련 평가와 심사에서 아예 물러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의 원인으로 전관 특혜 문제가 지목되자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제3의 외부 기관에 맡긴다는 것이 취지다.
현재 LH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에 LH 퇴직자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정 개입 여지를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LH가 심사와 평가에 관여하게 되면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LH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예 빠짐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LH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자구책을 만든 뒤 이를 국토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가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15개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지만, 기준과 요건이 명확지 않아 혼란이 이어진다. 철근 누락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15개 단지에서 12건의 계약 해지 신청이 있었다. 모두 임대주택이다. 입주 예정자가 8건, 거주 중인 입주자가 4건을 각각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