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사 퇴직자들이 취업한 설계·감리업체에 수주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국민의힘·강원 원주시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뒤늦게 공개한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5개 단지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21개 사 중 15개 사가 ‘전관 업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1개 사는 앞서 LH의 전수 조사로 확인된 철근 누락 1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감리를 맡기도 했다. 전관 업체들은 철근 누락 단지의 용역을 최대 5건까지 중복 으로 수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량판(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형태) 구조가 적용된 지하 주차장이 붕괴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와 외벽이 무너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도 철근 누락 아파트 설계·감리에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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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종료한 뒤 압수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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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업체가 수주를 맡은 5개 단지는 준공이 끝난 화성 남양뉴타운 B-10, 평택 소사벌 A7, 파주 운정3-A37과 현재 공사 중인 고양 장항A4, 익산평화(정비사업)다. 기둥 3~4개에 전단 보강 철근이 누락됐던 이들 단지에서의 보수·보강공사는 지난달 마무리됐다.
파주 운정3의 설계를 맡은 업체는 LH 출신 인사가 2014년 창립했으며 현 대표이사도 LH 퇴직자였다. 이 회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20개 단지 가운데 2개 단지에서 설계, 3개 단지에선 감리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업과 설계를 공동으로 한 업체도 2020년 LH 출신이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LH의 공공주택 설계·감리는 2~4개 사가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해 수주하는 것이 관례다.
평택 소사벌의 감리를 맡은 업체 대표도 LH 퇴직자였다. 이 회사는 인천 검단 아파트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감리에도 참여했다. 또 철근 누락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았다. 최근 5년 동안 LH에서 따낸 감리 용역은 23건, 428억 원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LH의 부실한 설계·감리 용역 규정을 전관 특혜가 가능했던 이유로 거론한다. 현재 LH는 특정 업체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계약을 많이 체결하면 감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연합체를 이룬 뒤 계약을 덜 한 업체를 주관사로 내세우면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박 의원은 “LH가 전관 업체들이 설계·감리를 맡은 5개 철근 누락 단지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발표에서 제외한 뒤 사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LH의 부패 행위를 발본색원해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