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5%로 인상 가능성도 열어놔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했다. 지난 2·4·5·7월에 이어 5연속 현재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금리 인상과 인하 요인을 동시에 갖는 등 복합적 위기를 한꺼번에 맞고 있어 일단 동결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묶었다.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불안한 경제 상황이 작용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 높지만,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모든 부문이 뒷걸음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탓에 순수출(수출-수입)만 늘면서 수치상으로는 겨우 역성장을 피했다. 더구나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부나 한은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 이른바 ‘상저하고’ 실현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은이 가라앉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낮추기에는 가계부채 환율 물가 등이 걱정거리다. 금리 인하는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었던 가계신용(빚) 잔액(1862조8000억 원)은 지난 2분기 9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금융비용(금리)이 지난 10년처럼 연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시정책을 통해서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이후에도 시장 반응이 부족할 때는 거시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00%포인트까지 커진 가운데 최근 환율도 9개월 만에 1340원대에 올라섰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2.00%포인트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 인상에 나서면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은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 불씨 역시 살아있다.
■향후 금리 전망 불확실
향후 금리 전망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말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내년에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함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인하 시점이 연내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인하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당분간 3.75%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