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 25일 부산지역 위판장에서 처음 경매가 진행됐다. 이날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수산물 가격은 평소 수준을 유지했으나 일부 다른 위판장에서는 가격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25일 새벽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전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한 이후 첫 경매가 진행됐다. 작업자들이 위판물량을 정리하고 있다. 조민희 기자

공동어시장에서는 방류 개시 이후 첫 경매인 만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17척의 어선에서 내려놓은 수산물 7만여 상자가 위판됐다. 복어가 상자(20㎏)당 15만∼20만 원, 소형 갈치가 상자당 5만∼6만 원에 낙찰됐다. 오징어 고등어 등 주요 품목을 포함해 대부분 어종이 큰 가격 하락 없이 낙찰됐다.

이날 위판에 참여한 한 도매업자는 “오늘은 별다른 가격 변동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더는 물건(수산물)을 안 받겠다는 소매상도 있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방류 전 물량을 달라고 한다는 얘기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위판장에서는 바로 가격 급락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매점매석이나 유통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공동어시장 외에 자갈치 등 별도 위판장을 갖고 있는 부산시수협에 따르면 이날 아귀 가격이 평소 상자당 60만 원에서 이날 30만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까지는 주로 횟감으로 쓰이는 생물 위주 수산물이 가격하락세를 보였던 것에 반해 아귀는 주로 찜이나 탕용으로 사용된다. 대형고등어 역시 상자당 3만 원대에서 2만 원대로 30%가량 떨어졌다.

시수협 관계자는 “이날 새벽 아귀값이 반토막 나면서 어민들이 낙심했다. 조업비용조차 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보니 다대어촌계에 있는 아귀잡이 어선(24척) 중 절반이 조업을 나가지 않았다”며 “수요 급감 때문인지 이 시기를 틈타 가격을 고의로 떨어뜨리려는 유통업자 때문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는 삼치나 고등어 등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수출되는 물량이 유지되고 있어 가격 영향을 적게 받는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방류가 지속되면 이들 수입국가가 어떤 조처를 취할 지 알 수 없어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물 가격 안정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25일부터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부산경남권(수산물품질관리원 본원)을 비롯해 본부 수도권 등 총 8곳이다. 수산물을 생산유통가공판매하는 과정에서 평소 매입량보다 과도하게 보관, 유통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등건전한 유통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확인하면 누구든지 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해수부는 또 해양경찰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점검반을 구성, 오는 30일부터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날 오전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어시장 대표와 5개 지역 수협 조합장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극제 공동어시장 대표를 비롯해 천금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오성태 부산시수협 조합장, 김대성 경남정치망수협 조합장, 송학수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이 참석했다.

25일 오전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어시장 대표와 5개 지역 수협 조합장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조민희 기자

참석자들은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어시장 자체 대응방안과 정부 및 지자체 등에 요구사항 등을 결의했다.

우선 위판 수산물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물질 검출되면 그 즉시 경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어시장 대표 및 5개 수협 참여 비상대책위 구성 ▷어시장 내 당일 방사능검사 결과 안내 위한 옥외전광판 설치 ▷9월 중 대규모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 개최 ▷지역축제와 연계 수산물 안전성 홍보 강화 ▷지역기업과의 연계 방안 수립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염수가 향후 30년간 장기 방류될 예정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등에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국가 노력 ▷신속한 방사능 검사를 위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검사팀의 어시장 이전 위판 물량에 대한 정부 수매 확대 ▷불확실한 풍문에 따른 어민 등 수산업계 피해 지원 ▷시보 등 지자체 신문 통한 안심 수산물 홍보 지원 등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공동어시장 박 대표는 “어민을 비롯한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하고 또 정부 등에 요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