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장애인 등 약자 주거
- 비용문제로 수리 쉽지 않아
- “주거복지 고민 본격화할때”
61년 전 일이다. 1962년 8월, 전남 순천 누님 집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8월 27일 저녁 무렵으로 기억한다. 그때 시작된 비는 다음 날 새벽 1시께까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부었다. 시간당 최고 195㎜ 강수량. 저수지가 넘치고 제방이 무너졌다. 224명이 숨진 이른바 ‘순천 수해 사건’이다. 남편은 사망자 224명 중 1명이다. 김미자(가명·여·87) 씨가 스물여섯 때다. 김 씨에겐 세 살 큰아들과 갓난쟁이 둘째 아들이 있었다.
반세기하고도 11년이 더 흘렀다. 8평(27.01㎡) 좁은 아파트가 더위와 습기로 가득 찬 지난 7월 12일. 부산 사하구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 9층. 좁고 어둡고 눅눅한 복도식 아파트 끝이 김 씨 집이다. 그는 옛 사진을 보며 상념에 잠겨 담담하게 속 얘기를 꺼냈다.
남편이 숨져 막막했던 그는 어린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파출부와 아파트 청소 일을 했다. 입에 풀칠할 정도 벌었다. 그래도 아끼고 아낀 돈으로 연제구 거제동에 월세방을 얻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모두 키웠다. 자녀들이 출가하자 김 씨는 1996년 입주를 시작한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에 혼자 몸을 들였다.
입주 당시 예순이었던 그는 여든일곱이 됐다. 30년 가까운 세월 김 씨와 함께 집도 늙었다. 아파트는 낡고 곰팡이가 슬었다. 문짝은 아귀가 맞지 않아 외풍이 새어든다. 베란다 배관은 물이 새 쿰쿰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화장실 환풍구는 시끄러운 소리로 귀를 괴롭힌다. 젊은이와 신혼부부는 다 떠나고 노인·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약자만 남았다. 철저히 사회와 분리돼 고립의 골은 깊어진다. 인근 몰운대종합복지관 어린이집 원생 63명 중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아동은 단 한 명도 없다.
부산에만 이런 영구임대주택이 20개 단지, 2만6296개 가구에 달한다. 9개 단지는 입주일을 기준으로 30년 이상 나이 들었다. 고치고 새 단장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 나머지 11곳도 2026년이면 모두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다.
김 씨에게 영구임대주택에서의 삶에 관해 물었다. “질(길)들어서, 나이가 많아서, 집값이 싸서….” 영구임대주택을 떠날 수도, 돈 들여 손질할 수도 없는 이유다. 대부분 영구임대주택 입주민은 같은 이유로 매우 나쁜 주거환경에도 버티고 참는다.
전문가들은 영구임대아파트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아파트 재건축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적 약자들의 보금자리다 보니 이주 문제부터 어려운 게 한둘이 아니다. 영구임대주택 관리 기관 모두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복지포럼 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하루를 살아도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게 당연한 욕구다. 하지만 영구임대주택은 이주비나 재건축 비용 등 여러 현실적 문제로 재건축이 매우 어렵다”며 “영구임대주택 도입이 30년이 더 지난 만큼 사회 약자의 주거 복지에 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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