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늙어가는 영구임대주택, 고쳐 쓸 해법 찾자

부산 20곳 2만6000세대, 입주 30년 넘었거나 임박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23-09-17 20:18:42
  •  |   본지 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노인·장애인 등 약자 주거

- 비용문제로 수리 쉽지 않아

- “주거복지 고민 본격화할때”


61년 전 일이다. 1962년 8월, 전남 순천 누님 집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8월 27일 저녁 무렵으로 기억한다. 그때 시작된 비는 다음 날 새벽 1시께까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부었다. 시간당 최고 195㎜ 강수량. 저수지가 넘치고 제방이 무너졌다. 224명이 숨진 이른바 ‘순천 수해 사건’이다. 남편은 사망자 224명 중 1명이다. 김미자(가명·여·87) 씨가 스물여섯 때다. 김 씨에겐 세 살 큰아들과 갓난쟁이 둘째 아들이 있었다.

부산 사하구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 전경. 박호걸 기자

반세기하고도 11년이 더 흘렀다. 8평(27.01㎡) 좁은 아파트가 더위와 습기로 가득 찬 지난 7월 12일. 부산 사하구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 9층. 좁고 어둡고 눅눅한 복도식 아파트 끝이 김 씨 집이다. 그는 옛 사진을 보며 상념에 잠겨  담담하게 속 얘기를 꺼냈다.


남편이 숨져 막막했던 그는 어린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파출부와 아파트 청소 일을 했다. 입에 풀칠할 정도 벌었다. 그래도 아끼고 아낀 돈으로 연제구 거제동에 월세방을 얻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모두 키웠다. 자녀들이 출가하자 김 씨는 1996년 입주를 시작한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에 혼자 몸을 들였다.


입주 당시 예순이었던 그는 여든일곱이 됐다. 30년 가까운 세월 김 씨와 함께 집도 늙었다. 아파트는 낡고 곰팡이가 슬었다. 문짝은 아귀가 맞지 않아 외풍이 새어든다. 베란다 배관은 물이 새 쿰쿰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화장실 환풍구는 시끄러운 소리로 귀를 괴롭힌다. 젊은이와 신혼부부는 다 떠나고 노인·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약자만 남았다. 철저히 사회와 분리돼 고립의 골은 깊어진다. 인근 몰운대종합복지관 어린이집 원생 63명 중 다대5지구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아동은 단 한 명도 없다.


부산에만 이런 영구임대주택이 20개 단지, 2만6296개 가구에 달한다. 9개 단지는 입주일을 기준으로 30년 이상 나이 들었다. 고치고 새 단장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 나머지 11곳도 2026년이면 모두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다.


김 씨에게 영구임대주택에서의 삶에 관해 물었다. “질(길)들어서, 나이가 많아서, 집값이 싸서….” 영구임대주택을 떠날 수도, 돈 들여 손질할 수도 없는 이유다. 대부분 영구임대주택 입주민은 같은 이유로 매우 나쁜 주거환경에도 버티고 참는다.


전문가들은 영구임대아파트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아파트 재건축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적 약자들의 보금자리다 보니 이주 문제부터 어려운 게 한둘이 아니다. 영구임대주택 관리 기관 모두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복지포럼 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하루를 살아도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게 당연한 욕구다. 하지만 영구임대주택은 이주비나 재건축 비용 등 여러 현실적 문제로 재건축이 매우 어렵다”며 “영구임대주택 도입이 30년이 더 지난 만큼 사회 약자의 주거 복지에 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3. 3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4. 4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5. 5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6. 6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7. 7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8. 8[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9. 9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10. 10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5. 5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6. 6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7. 7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8. 8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9. 9“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0. 10“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4. 4[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7. 7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8. 8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9. 9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10. 10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3. 3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4. 4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5. 5[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6. 6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7. 7[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8. 8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9. 9[속보]‘공무원증 보여주며 안심시켜’ 60억 전세사기 前 경찰관 항소심서 감형
  10. 10거창군, 입영 청년에게 지원금 10만 원 지급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5. 5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6. 6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9. 9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10. 10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우리은행
커피도시 부산 '카페 열전'
영도 골목 끝, 로스팅에 진심인 공간
부산·경남 해상풍력 과제
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