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추석도 힘겨웠다. 급격히 오른 과일·채소값에그 어느 때보다 명절 차례상과 음식을 준비하기가 부담스러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9월 농업 관측 정보’에 따르면 사과 배 포도 감귤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가격 상승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여름철 집중호우의 영향이 컸다. 부산 남구 대연동 동네 마트 가판대에 올려진 제수용 과일은 한 박스에 약 7만 원이었다. 사과와 배 두 종류로 10개 들었다.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상태가 좋은 과일을 사기 위해서는 농수산시장에 가야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웠다.
취업 준비로 고향에 오지 못하는 대학생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과일을 사 먹으려고 해도 혼자서는 부담이다. 그래서 최근 동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과일을 공동구매할 이웃을 찾기도 했다. 사서 나누는 것이 가성비가 좋았다.
 |
| 추석 연휴 닷새째인 지난 2일 오후 서울역이 귀가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과일 뿐만이 아니다. 차례상 단골손님인 나물류도 마찬가지다. 시금치 가격이 5000원이 넘은 건 오래된 일이다. 시금치의 ‘금’이 황금을 뜻하는 ‘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나물류는 차례상에서 빼기도 힘든 음식이다. 그래서 음식에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기도 했다. 주부 박헌희 씨는 “식감도 비슷하고 색도 비슷해 이번 추석 잡채에는 부추를 넣었다”고 말했다.
시민은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차례상에 변화를 주었다. 음식의 가짓수를 줄였다. 어차피 다 먹지 못할 거 적당한 양과 가짓수로 아끼자는 의미다. 처치 곤란인 남은 차례 음식을 몽땅 냉장고로 넣어놨다가 쉰 상태로 발견된 경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음식을 버릴 바에는 먹을 만큼만 준비하는 게 환경에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대체품을 찾는 사례도 많았다.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는 것처럼 말이다. 매년 한우로 갈비찜을 하던 40대 주부 김모 씨는 작년부터 LA갈비로 재료를 바꿨다.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었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인 만큼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고물가의 영향을 받았다.
올해 추석은 총 6일의 연휴가 생겼다. 주말과 개천절 사이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정부는 장기간 연휴로 소비가 촉진되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의도는 알겠으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긴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긴 연휴가 생기면서 지출만 늘어난다. 임시 공휴일을 정하되 자영업자나 하위 소득계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함께 나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소규모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공장에는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긴 연휴가 모두에게 반갑지만은 않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추석 대책은 물가 상승 전이나 후나 크게 가계가 흔들리지 않은 사람에게만 해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례상 비용 이외 지출도 명절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면, 이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일부 계층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귀향길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방식은 어땠을까. 최근 코레일은 추석 명절 연휴 KTX 특가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이 방식 또한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가상품은 온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하고, 모든 대상에게 선착순 판매다. 빈부격차가 디지털 소외까지 이어진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 또한 소외 계층이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닿을 수 있는 지원이 아쉽다.
고물가에 대한 부담은 앞으로 다가올 명절에도 계속될 것이다. 소외받는 사람은 줄고 풍요로움은 늘어나는 명절, 누군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실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