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국제유가 급등 영향 본격화
- 작년 3월 4.4%P 격차 확 줄어
- 美 추가 긴축 가능성에 우려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년 만에 같아졌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물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통화 긴축으로 빠르게 상승 폭을 줄인 반면 한국은 국제유가 급등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1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한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7%로 같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한국과 같거나 낮아진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 1개월 만이다.
월간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 기간 1%포인트 안팎으로 한국을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 회수가 지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대규모 재정 정책까지 겹친 영향이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8.5%까지 치솟으며 한국(4.1%)과의 격차가 4.4%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양국의 물가 상승률 격차가 ‘0’으로 수렴한 것은 최근 두 달째 보폭이 커진 국내 물가 상승세 영향이다. 지난 8월 한국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지난 7월(2.3%)보다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에도 국제유가는 물가 상승률이 더 오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강력한 긴축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물가가 다소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8.2%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은 12월(6.5%) 6%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3.0%로 수직 하강했다.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지만 유가 변수에 취약한 한국과 달리 9월에는 전달(3.7%)과 같은 수준에 멈췄다.
앞으로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한국은 미국과 같은 통화 긴축 정책을 쓸 여력이 많지 않아서다. 제조업·수출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고, 투자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통화 정책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공공요금을 비롯한 주요 식음료 물가가 최근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확전 우려로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