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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평형 뒤섞인 주거시설…외부서 임대·자가 구분 못해

영구임대 30년 보고서 <7> 오스트리아 빈 ‘100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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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가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야 살 만한 도시가 된다

- 임대주택 100년 역사의 빈
- 끝없이 고민하고 개선 노력
- 2014년 완공 ‘쏜벤트비어텔’
- 침실 1~6개 다양한 타입·평형
- 영화관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

“주소로 거주자의 사회적 신분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이를 위한 건축은 결코 초라하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주택 단지가 아닌 도시의 일부를 건설한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임대주택 정책 원칙은 곱씹을수록 울림이 있다. 임대주택 100년 역사를 이어오며 성공하고, 실패하고, 사유하고, 고치는 과정에서 얻은 결론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선정한 ‘서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 빈을 이끄는 힘은 바로 주거 문제 해결에서 나온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임대주택 ‘쏜벤트비어텔’ 모습. 박호걸 기자
■한 건물에 평형·형태 섞여

지난 9월 16일 찾은 빈 ‘쏜벤트비어텔’. 2014년 완공된 이 임대주택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전 세계 주목을 받는다. 단지는 3개 건축사무소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먼저 중심부는 건축가 클라우스 카다(Klaus Kada)가 설계했다. 서쪽과 북쪽 ‘ㄱ’자형 건물은 블라이 스트레우비츠(Vlay Streeruwiz), 동쪽 일자형 건물은 리플 카우프만 밤머(Riepl Kaufmann Barmmer)가 맡았다. 대지 면적 1만3724㎡, 전체 면적 5만771㎡에 최고 8층 높이 건물 6개 동이 들어섰다. 각 건물 사이 사이를 노란색 다리가 연결한다.

주거 시설은 443가구가 있다. 침실 1개부터 6개까지 무려 11개 평면 타입으로 구성됐다. 건물 평형이 다양하고, 임대와 자가도 섞여 누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사는지 알 수 없다.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것만으로도 빈곤의 낙인이 찍히고, 사회로부터 분리·배제되는 우리나라 현실과 완전히 다르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이곳에 거주하는 안드레아스 그루버(Andreas Gruber·53) 씨의 집을 둘러봤다. 그루버 씨 부부는 19세 아들, 15세 딸과 함께 산다. 이 가족의 집은 116㎡ 면적의 스리룸(화장실 2개)이다. 거실에는 8인용 식탁과 책장 장식장 소파 등 여러 가재도구가 있었지만 공간이 굉장히 넓어 보였다. 10㎡ 크기 테라스도 눈길을 끌었다. 그루버 씨는 “예전에 방 2개짜리 임대주택에 살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화장실이 2개인 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임대주택은 분양, 임대, 임대 후 분양 등 형태로 나뉜다. 그루버 씨는 20년 임대 후 분양 옵션으로 거주한다. 입주자 부담금인 ‘아이겐미텔(Eigenmittel)’을 8000만 원, 월세를 100만 원 정도 낸다. 아이겐미텔은 우리나라 보증금과 비슷하다. 매년 1%를 감액하고 나머지는 퇴거 때 돌려받는다. 그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민간의 60% 수준으로 저렴하다”며 “휠체어를 사용할 수도 있고, 커뮤니티 시설도 좋다. 나이가 더 들어도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그루버 씨 말대로 단지 안에는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많았다. 10석 규모 영화관은 예약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000㎡ 크기 실내 수영장도 있다. 수영장은 외부인에게도 유료로 개방된다. 발생한 수입은 수영장 관리 직원 3명의 인건비 등으로 쓰인다. 이날 수영하러 온 30대 여성은 “매주 월요일은 여성 전용으로 운영돼 노출을 꺼리는 아랍계 여성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쏜벤트비어텔에는 공동 식당, 음악 연습실, 탁아소, 허브 가든, 노천시장, 암벽, 사우나 등 3000㎡가 넘는 주민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쏜벤트비어텔에 거주하는 안드레아스 그루버(Andreas Gruber·53) 씨의 집 내부 모습. 116㎡ 면적의 스리룸(화장실 2개)에 테라스도 갖췄다.
■사업비 지원으로 품질 향상

임대주택의 질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빈의 공공임대주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시가 직접 짓고 운영하는 시영주택 ‘게마인데 보눙(Gemeinde Wohnung)’과 진흥기금 임대주택 ‘게푀르데르테 보눙(Geforderte Wohnung)’이다. 빈 전체 임대주택 66만3000가구 중 22만여 가구가 시영주택, 20여 만 가구가 진흥기금 임대주택이다. 빈 전체 인구 198만 명 가운데 62%가량이 이 두 가지 형태 공공임대주택에서 생활한다.

빈 시는 100년 전부터 토지를 사들였고, 서민 주거지를 확보하려고 도시를 개발했다. 주택 부족과 상승하는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춘 때도 있었다. 특히 1970~1980년대는 고층 임대주택을 많이 지었는데 디자인과 품질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불량 주거지=저소득층’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 시는 이 과정에서 교훈을 얻었다. 이에 공공과 민간의 중간 지점에 진흥기금 임대주택을 지으며 주거의 질을 높였다.
쏜벤트비어텔 단지 안에 있는 주민 커뮤니티 시설에서 어린이가 암벽 체험을 하고 있다.
주택 품질 개선을 위해 시는 1984년 ‘본퐁스 빈(wohnfonds wien)’으로 불리는 주택진흥기금을 설치했다. 민간 시행사가 공공의 규칙을 지키면 사업비의 4분의 1을 지원한다. 연 1% 저리로 최대 35년간 상환할 수 있다. 건축비의 12.5% 정도 아이겐미텔도 받는다. 단 민간 시행사는 사회적기업이고, 순이익을 3%로 제한해 초과분은 산업 분야에 재투자해야 한다. 시는 4분의 1만 투자하고도 주택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진흥기금 임대주택은 치열한 설계 공모를 거친다. 그 만큼 임대주택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모에서는 ▷건축 ▷경제 ▷친환경 ▷사회적 지속 가능성 등 네 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시행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실력 있는 건축가와 협업한다. 건축비 절감과 디자인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면서 매력적인 임대주택이 건설된다. 자연스럽게 중산층도 입주하게 돼 계층 혼합에도 도움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시는 리노베이션 후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는 등 조건으로 민간 임대주택에도 지원금을 준다. 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주택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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