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놓고 불완전판매 의혹(국제신문 지난 30일 자 10면 보도)이 불거지면서 시중은행이 잇따라 ELS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홍콩 H지수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하나은행은 오는 4일부터 팔지 않기로 했다. 앞서 우리·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원금비보장형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현재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에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 ELS 문제가 불거지면서 증권업계는 채권시장 수급을 걱정한다. 일각에서는 ELS의 헤지 자산에 채권이 대량으로 편입된 만큼, ELS 손실 사태로 채권 매수 여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보통 ELS는 투자했던 고객이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나면 고객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할 테고, 해당 금액만큼의 채권 수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분명 좋은 영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ELS 채권 자산은 대부분 우량물로 구성돼 있어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H지수 편입 ELS 문제가) 단기자금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점검해 본 결과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