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적 소행 추정 불가리아 선박 피랍도
- 선사들 수에즈 노선 운항 중단 잇따라
- 6500㎞ 더 멀어 운임↑ 물류대란 가중
한국 기업의 물품을 실은 벌크선이 납치되는 등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공격을 이유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수에즈운하와 홍해 인근 해상운송의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외 선사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를 결정해 글로벌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18일 해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몰타 선적 불가리아 벌크선 MV루엔은 지난 14일 예멘과 소말리아 근처 아라비아해에서 구조신호를 보냈으며 불가리아 해운업체와도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MV루엔은 불가리아 국적인 선주가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선박으로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의뢰를 받아 동유럽으로 향하는 국내 철강업체의 철광석 등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격을 자처한 세력은 없지만 소말리아 해적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멘 근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지지구 전쟁 여파로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미사일을 쏘는 등 무차별 공격 중이다.
HMM 등 글로벌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로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 후티가 통제를 선언한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세계 물류의 동맥으로 전 세계 해상 컨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가 이 수송로를 이용한다.
HMM은 지난 15일 지중해나 유럽 등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에 수에즈운하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하라고 지시했다.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더블린호’는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출발해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희망봉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앞서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 예멘 앞바다를 통과할 예정이던 모든 선박에 운항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희망봉 앞을 통과하는 우회로를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 선사인 짐라인도 희망봉 우회로를 택했다.
유럽으로 부정기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은 홍해 운항 때 우회를 포함해 선원과 화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조선 등 또 다른 벌크선사인 SK해운도 마찬가지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에 위협이 높아지고 있어 소속 선사의 걱정이 크다. 해양수산부 등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실시간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청해부대에 우리 선사 소속 선박 보호 강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으로 돌아서 유럽으로 가면 편도로만 6500㎞를 더 항해해야 해 운임이 올라가고 소요 기간이 7, 8일 더 걸린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운송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남 창원의 한 압력용기 제조업체는 주로 HMM을 통해 유럽에서 철판을 들여오는데 현재 45일인 해상운송기간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해상운송 적체가 심했던 코로나 팬데믹 때 운송기간을 60일로 늘려놓은 상태라 당장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제품 제작기간이 부족해져 최종 납기일에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