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 도입 필요성 인정한 산업부
- 시행규칙 등에는 관련 내용 빠져
- 수도권 의식 사실상 후순위 미뤄
- “큰 권역 나눠 시행방안 고민 중”
- 단순한 요금 체계 변경 의미 넘어
- 지역 균형발전 이뤄낼 핵심정책
- 시 ‘거래 플랫폼’ 등 추진 방침
지난해 5월 국회 문턱을 넘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오는 6월 시행된다. 하지만 도입 근거가 법안에 명시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는 정상 시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분산에너지법 시행규칙에는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차등요금제 사업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정부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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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근거가 담긴 분산에너지법이 오는 6월 시행되지만 정부는 수도권 여론 등을 의식, 차등요금제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부산 등 주요 전력 공급 지역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국내 한 송전탑 모습. 국제신문DB |
■정부 “차등요금제, 지역갈등 우려”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작업에 총력을 쏟았다. 법 시행(오는 6월 14일)에 차질이 없도록 구체적인 하위 법령(시행규칙)을 지난해 말 완성한 것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27일에는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에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산업부는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완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 등 원전 소재 지역의 숙원인 차등요금제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는 산업부가 지난해 말부터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 ‘분산에너지법 시행규칙(안)’을 보면 곧바로 알 수 있다. 우선 시행규칙에는 분산에너지에 대한 정의(사용지 인근에서 생산·소비되는 에너지)와 ‘분산에너지 사업 등록 절차’가 규정됐다. 분산에너지 보급 촉진을 위한 보조·융자 등 지원 방안의 범위와 종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신청을 위해 지자체가 준비해야 할 서식과 요건 등도 들어갔다. 이런 내용은 산업부가 지난해 11월 공청회 때 발표한 시행규칙 초안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은 초안이나 시행규칙(안) 어디에도 담기지 않았다. 사실상 후순위로 미룬 셈이다.
정부가 차등요금제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은 수도권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일단 분석된다. 지난해 5월 분산에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 시행 직전 22대 국회의원 선거(오는 4월 10일)가 실시된다. 정부가 자칫 수도권 눈치를 보면 차등요금제의 정상적인 시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조정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실제 산업부 박상희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은 “현재 한국전력(한전)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전 소재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추면 한전의 추가적인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수도권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수도권 반발은 물론 지역 간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분산에너지법 제45조에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어 우리(산업부)가 굳이 시행규칙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사업모델 구축 검토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상당히 복잡한 작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요금 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차등 적용할 것인지, 부산 안에서도 원전 인근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요금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등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 전력 체계가 큰 틀의 변화 없이 수십 년간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1년(2023년 5월~2024년 6월) 안에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산업부 내에서 나온다.
다만 정부는 차등요금제 도입 필요성 자체는 인정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차등요금제는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라며 “이 부분을 저희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계속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8일 취임사에서도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중점 추진하겠다”며 분산에너지법과 차등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과장은 “차등요금제를 큰 권역으로 나눠 시행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도 차등요금제 도입 문제를 놓고 현재 산업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다. 시 박수원 미래에너지산업과장은 “일단 지역(부산)에서 전력 생산·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그 이후에 차등요금제 도입 문제를 논의하거나, 우리(시)가 자체적으로 차등요금제 사업 모델을 만들어 정부에 제안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박형준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는 ▷차등요금제 도입을 위해 인천 강원 충남 전남 등과 공동 대응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및 발굴(2027년까지 총 3곳 목표) ▷기후테크 산업 육성 등을 본격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만큼 정부가 차등요금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울산테크노파크 이한우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분산에너지법에 담긴 내용 중 지역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차등요금제”라며 “제도 시행에 앞서 많은 연구와 토론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분산에너지법에 도입 근거가 담긴 만큼 반드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등요금제는 단순히 요금 체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산업의 쇠락을 막아 균형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핵심 정책”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차등요금제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부산연구원 최윤찬 부산미래혁신위원장도 제도 시행을 촉구하며 “정부는 부산시민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분산에너지법 시행규칙(안) 주요 내용 |
구분 |
내용 |
분산에너지 정의 |
사용지 인근에서 생산·소비되는 에너지 |
보조·융자 등 지원 분야 |
연구·개발비, 실증 비용, 분산에너지 사업화 초기 비용 등 |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
지자체 재원 확보 방안 필요, 주민·기업 의견청취 결과 제출 등 |
전력계통영향평가 |
대규모 전력 수요의 지역 분산 위해 시행 |
배전망 관리·감독 |
배전 사업자가 출력을 차단할 수 있는 요건 규정 |
차등요금제 |
미포함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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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등요금제 관련 산업부 입장 |
평가 |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 풀 수 있는 중요한 대안” |
시행 시 우려사항 |
“수도권 반발 및 지역 간 갈등 심화” |
전기요금 체계 개편 |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 사실상 불가능” |
검토 사안 |
“차등요금제를 큰 권역으로 나눠 시행하는 방법 등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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