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된 악재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사랑이 한풀 꺾이면서 3년 넘게 지켜온 국내 투자자 보유 주식 평가액 2위 자리를 빼앗겼다. 대신 인공지능(AI) 수요 증가 기대감을 타고 연초부터 거침없는 주가 상승세를 보인 엔비디아가 그 자리를 꿰찼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 중인 미국 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가장 큰 종목 1위는 테슬라(약 104억8400만 달러)가 차지했다. 이어 엔비디아(약 61억5700만 달러)와 애플(약 47억4400만 달러)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을 제외한다면 4위와 5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약 32억7600만 달러), 알파벳(약 21억200만 달러)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2위와 3위의 순위 변동이다. 애플은 2020년 9월께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테슬라에 이어 국내 서학개미의 주식 보관금액 기준 부동의 2위를 지켜왔으나, 약 3년5개월 만에 엔비디아에 자리를 내줬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서학개미는 애플을 약 1억8300만 달러(한화 약 2400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같은 기간 엔비디아에 대해서는 1억400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연말부터 악재가 겹친 애플의 상황과 AI 수요 증가 기대감에 힘입은 엔비디아의 약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애플 주가는 192.53달러(지난해 12월 29일 종가) 대비 189.41달러(지난 7일 종가)로 1.6%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연말 애플워치 최신 모델에서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제거하며 사실상 미국 의료기술기업 마시모와의 특허 분쟁에서 패배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판매 부진에 이례적인 가격 할인까지 나서며 투자자의 불안을 키웠다. 매출 저조와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투자 의견을 강등하면서 주가 하락을 자극했다. 반대로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주가가 495.22달러(지난해 12월 29일 종가) 대비 700.99달러(지난 7일 종가)로 41.6%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