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우리나라 어촌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어촌·어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겠다(국제신문 3월 15일 자 11면 보도)는 방침을 밝혔는데 본격적인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는 ‘어촌 소멸 대응을 위한 어촌 특화 로드맵 구축 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해수부는 이미 선행돼야 할 절차 가운데 하나인 ‘사전 규격 공고’(입찰 이전에 전체 내용을 공개해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를 진행했다. 이는 그동안 수립했던 단기적·개별적 지원만으로는 어촌 주민의 지속적인 자생력 확보가 어려워 더 고도화된 장기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고 있는 어민들.

해수부에 따르면 어촌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촌지역의 491개 읍·면·동 가운데 소멸 위험지역은 전체의 57.9%에 이른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2045년에는 어촌의 87%가 ‘소멸 고위험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와 어가인구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어촌 고령화율은 36.0%로 도시(14.6%)보다 배 이상 높다. 2020년의 어가인구는 9만 7000명으로 2000년의 25만 1000명에 비해 61.4% 줄었다. 이 때문에 어촌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로 빈틈을 채우는 실정이다.

그동안 해수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별로 지정한 어촌특화지원센터가 관할 지역의 특성을 살핀 상품 개발, 공동체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책이 단기 성과 창출에 집중되는 바람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수부는 어촌 특화 로드맵 구축 연구를 통해 어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수부가 구상 중인 어촌 회생 고도화 대책은 크게 4개로 나뉜다. 우선 어촌활동가와 전문 인력을 키워 어촌을 특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든다. 다음으로는 신규 사업 발굴, 어촌 경제거점 조성을 위한 ‘어촌형 기회발전특구’ 도입, 소득 사업 관리를 위한 어촌특화지원센터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한다.

해수부는 사전 규격 공고 기간 각계의 의견을 들은 뒤 사업안을 확정하고 용역을 담당할 기관 모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오는 11월 말에 용역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어촌 회생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해수부는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어촌의 몰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해수부 어촌어항재생사업기획단 관계자는 “어촌이 소멸하면 우리나라의 수산업 기반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이른 시일 내 어촌 특화 방향을 설정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