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격을 결정해 발표할 때 층과 건물의 방향에도 등급을 매겨 공개하겠다던 정부의 구상이 철회됐다. 거주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30일로 예정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 공시 때 층과 방향 등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공시가격의 신뢰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당시 공동주택의 층, 방향, 조망 등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등급 체계를 마련해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층은 최대 7등급, 방향은 8개, 조망은 도시·숲·강·기타, 소음은 강·중·약으로 나누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소비자의 관심이 높고 등급화가 쉬운 층과 방향에 대해서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 공시 때부터 우선 공개하기로 했다.

부산의 아파트 단지.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제시했던 공시가격 층·방향별 등급공개 예시.

이는 저층과 고층 여부에 따라 실거래가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차이가 나는 아파트 특성을 반영한 조치였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는 같은 단지 아파트라도 공시가격이 다른 만큼 책정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라는 요구가 많았다. 국토부도 이 같은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제도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다수가 개인 자산에 등급을 매겨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자 계획 철회로 방향을 잡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가격 형성에 정부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대신 아파트 소유자가 공시가격에 이의를 제기할 때만 층과 방향 등급을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의 신청 때는 비교 표준 부동산, 시세 관련 정보 등 구체적 공시가격 산정 근거도 밝힌다.

한편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때 투명성 확보를 위해 조사자 실명, 연락처를 공개하는 ‘공시가격 실명제’는 예정대로 시행 중이다. 올해 공시가격(안) 열람은 지난 19일부터 시작됐다. 자료에는 조사를 담당한 한국부동산원의 부서와 연락처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