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직 사퇴·신주 무효訴 등 확전

‘한 지붕 두 가족’인 영풍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울산에 대형 제련소를 둔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영풍그룹 해외 판매법인인 서린상사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 제품 모두를 취급하는 종합상사로, ‘동업의 상징’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자사 제품이 제대로 판매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사회 재구조화’를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지분 66.7%를, 영풍은 33.3%를 갖고 있지만 경영권은 영풍(장형진 고문 측)에게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에서 판매 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않아 공동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별도로 영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별도의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경영권 또는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 앞서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인적 분할을 시도한 바 있다.

서린상사는 최 회장 측과 장 고문 측 모두에게 중요하다. 서린상사 경영권에 따라 양측의 득실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장 고문 측이나 방어하려는 최 회장 측 모두 고려아연 지분율을 올리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만큼 양측 모두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가 중요해진 것이다. 그동안 창업 3세인 고려아연 최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에 관여하려는 장 씨 측에 맞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등을 통해 장 씨 측을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울산에 사업장이 있는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핵심 계열사(지난해 연 매출 9조7045억 원, 영업이익 6591억 원)다. 최 씨 일가가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영풍이 최대 주주(약 32%)다. 반면 최 씨 일가 지분율은 15.9%에 불과하지만 우호 지분을 더하면 33.2%로 우위에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고려아연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맞서 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최 회장 측과 장 고문 측은 지난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 고문 측이 요구한 배당 확대안을 놓고 격돌했고, 이 안건에서는 최 회장 측이 승리했다.

영풍그룹 모태인 영풍기업사는 1949년 고 최기호, 장병희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했다. 이후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장 씨 일가는 영풍과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