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야당이 주장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 주택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긴장이 고조된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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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단체가 지난 2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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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토교통부는 28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전세사기 피해지원 보완책을 담은 정부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애초 국토부는 이 대책을 지난 13일 내놓기로 했는데, 여야가 특별법 개정안을 논의 중일 때 새 방안이 공개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인 ‘선 구제 후 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우선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국가 재정 부담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며 그동안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는 점을 입법 반대 이유로 거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예상되자 정부안 발표를 통해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는 한편 대안도 내놓기로 했다. ‘선 구제 후 회수’를 뺀 정부안은 LH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요건을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에는 불법 건축물,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 주택, 경매·공매 완료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주택 등은 LH의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관련 조항이 너무 엄격하게 적용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1일부터 특별법이 시행됐으나 LH가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주택은 단 1건에 그쳤다. 이에 국토부는 앞으로는 불법 건축물이라도 LH가 사들인 뒤 위법 사항을 해소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도록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또 권리관계가 복잡해 협의매수가 어려운 주택에 대해서는 경매·공매 매입을 검토한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등에서는 특별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폐기되면 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정부가 특별법 개정안 표결이 임박한 시점에 대책을 발표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뒤늦은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