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고도의 기술을 다루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협력해 하나의 ‘반도체 생태계’를 이룬다. 반도체는 설계 생산 조립 검사 유통의 과정을 거친다. 과정 가운데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 기업도 있고,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Foundry) 같이 특정한 역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도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엔비디아나 TSMC가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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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아이클릭아트 |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공장을 갖추지 않고 설계에 주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따라서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기술적인 다양성을 갖는 시스템 반도체가 팹리스의 형태를 가진다. 수많은 팹리스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파운드리다. 생산공정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자체 제품이 아닌 수탁생산을 주로 한다.
대만의 TSMC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존재감이 높아져 국제정치의 열쇠를 쥔 플레이어로 주목받는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차지해 2위인 삼성전자를 크게 따돌렸다. 난도가 높은 칩이나 대기업 메이커는 TSMC에 부탁하지 않으면 생산할 수 없다. TSMC 고객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은 팹리스 기업이지만 고객인 팹리스 기업보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 강한 것이다.
TSMC에 생산을 맡기는 기업이 전 세계에 500개 정도이고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통해 전 세계의 반도체 수요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칩(Chip)의 집적도를 높이려면 회로선의 폭을 가늘게 하고 좁은 면적에 많은 회로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난도가 높은 칩을 높은 수율로 생산하는 능력에서 TSMC를 넘어서는 곳이 없기에 독보적이다. 때문에 TSMC와의 거래선에 있어 미국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도 소중한 고객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간에 주가와 실적의 양극화가 심해진다. 최첨단 반도체의 집합체로 데이터 학습, 추론에 특화한 고성능 반도체인 AI가속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엔비디아(팹리스)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HBM제조)와 TSMC(파운드리) 등 분야별 1등 기업에만 수요가 몰리며 여타 기업은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AI로만 집중되고 있어 이러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AI분야에서 상대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어 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적이 저조해 유의미한 반등을 가져오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여기다가 TSMC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파운드리 부문의 수주 부진과 일회성 비용까지 더해져 3분기 잠정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체로서 소외된 이유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