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시중은행 4곳(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담합’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애초 이달 중으로 예상됐던 4개 은행에 대한 제재 결과 발표는 뒤로 미뤄지게 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공정위는 21일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과 관련해 지난 20일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혹은 ‘4개 은행이 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 정보를 공유하면서 고객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과점 체제의 폐해를 줄이라고 지시한 이후 정부 조사가 본격화됐고 공정위는 현장 조사 등을 거쳐 올해 1월 이들 은행 4곳에 담합 행위에 대한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하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공정위가 10개월 만인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제재 여부 및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결정했다. 전원회의는 제재 내용을 확정하는 절차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은행 측 반론을 충분히 들은 뒤 제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그동안 4대 은행은 자신들의 행위가 LTV 담합이 아닌 단순 정보 교환이고 부당 이익 역시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보 공유 후에도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최종 판단을 미루면서 제재 결과는 내년에야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심사관은 본 건에 대한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1심 법원 기능을 한다. 통상 행정소송과 달리 공정위 제재는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