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K-농업기술’ 현장을 가다

우리나라의 댐·방조제 건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농사를 하는 데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관개시설 축조 등에서도 다른 나라의 추월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건설 중인 인도네시아 까리안 댐. 사진=염창현 기자

대방조제가 들어설 자카르타 북부 해안. 사진=염창현 기자

이 분야의 중심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있다. 지난 1908년 12월 설립된 옥구서부수리조합이 모체다. 2018년 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환경친화적인 농어촌 정비사업, 농지은행 운용, 농업 기반시설 종합 관리, 농업인의 영농 규모 적정화 촉진 등이 주요 임무다.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이 장점이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등을 통해 국내에서 역량을 과시한 한국농어촌공사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대상 국가 중 하나다. 특히 현지에서 진행 중인 자카르타 인근 ‘까리안 댐’ 건설은 우리나라의 저력을 현지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사업인 이 댐의 건설 목적은 인도네시아 반텐주 및 자카르타 서부지역 생활용수 공급, 홍수 조절 및 전력 공급이다. 저수용량은 최대 3억 ｔ이며 댐 높이는 60.5ｍ, 연장은 516ｍ다.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현장을 찾았을 때 공정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내년 3월이면 물리적 공사가 끝난다.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는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수준. 그러나 현지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지만 상하수도 기반 시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주민의 절반가량이 우물을 직접 파서 음용수를 얻는 실정이다. 이는 지하수 감소와 지면 침하로 이어진다.

까리안 댐 건설을 담당하는 최낙원 단장.

오영인 한국농어촌공사 인도네시아 사무소장.

이 때문에 자카르타 주민들은 까리안 댐에 대해 놀랍다는 탄성을 늘어놓는다. 인근 주민 400만 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어서다. 이뿐만 아니라 2만3000㏊의 댐 하류 지역에는 관개용수를 흘려보낼 수 있다. 홍수 조절이나 소수력 발전 등도 가능하다. 댐 건설을 총괄하는 최낙원 단장은 “댐의 축조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은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확인했다”며 “이번 공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해외 진출 사업 규모가 더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역량은 ‘자카르타 대방조제 사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33㎞의 방조제를 만들어 매년 지반이 침하되는 자카르타 북부 해안의 해수 범람 및 홍수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기본 설계 및 타당성 조사를 끝낸 뒤 그 해 12월에 최종 보고서를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는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나 공사가 본격화되면 현지 주민들이 해수 범람의 공포에서 벗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 한국농어촌공사는 인도네시아 북부 자바 해안종합개발, 관개 현대화 및 긴급 개보수, 마탱겡 댐 건설 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모두 인도네시아 주민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대형 공사다. 오영인 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은 “지난 10월 20일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농촌종합개발, 식량 공급단지 조성, 북부 자바 해안 종합개발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만큼 앞으로 현지에서 한국농어촌공사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