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밸류업·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금융 현안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정책 동력이 상실은 치솟는 환율과 함께 외국인이 국내 증권 시장을 떠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 수혜주였던 금융 관련주가 이틀 연속 폭락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원/달러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주가 계엄령 사태로 주가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은 전장 대비 9000원(9.43%) 떨어진 8만6400원에 거래되고 있다(오후 2시 기준). KB금융은 계엄 후폭풍이 시작된 전날에도 5.73%가 하락했다. 신한지주 5.22%, 하나금융지주 3.25%, 우리금융지주 3.83%, 기업은행 3.30%, BNK금융지주 3.30%도 하락해 거래 중이다.

애초 주요 금융주들은 정부 밸류업 정책의 수혜 업종으로 주가 랠리를 이어왔다. 밸류업 정책의 핵심이 ‘주주환원 강화’라는 점에서 고배당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주가 주목받았다. 정부는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도 지원하기로 했고, 정부가 밸류업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요 금융주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 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돌입으로 정책 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특히 세제 혜택은 세법을 개정해야 해 야당 도움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 밸류업뿐만 아니라 어렵게 여·야 합의됐던 금투세 폐지도 계엄 탓에 뒷전이 됐다.

여기에 정부 개입에도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높은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한다. 외국인은 지난 4일 4080억 원을 팔아 치운데 이어 5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3435억 원(5일 오후 2시20분 기준)을 순매도했다. 지난 4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748억 원)에 이어 신한지주(-652억 원), 하나금융지주(-478억 원), KB금융(-471억 원)으로 이탈이 금융주에 집중됐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4일과 5일 잇따라 각국 재무장관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거나 직접 만나 한국의 경제 시스템과 시장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