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년 전 고려아연과 맺은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확산 중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했을 당시 그 이전부터 이들 연합은 고려아연을 타깃으로 경영권 획득을 위한 준비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2년 5월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 투자 유치를 위해 MBK와 접촉했다. MBK는 내부 자료를 받으며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맺었다(2022년 5월 17일)는 게 고려아연 설명이다. MBK가 계약 체결을 하면서 계약을 위반하면 손해배상, 법적책임을 지겠다고 계약했다. BK는 이후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에 서명했다.

고려아연과 MBK가 체결한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 결합·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이 올해 초부터 적대적 M&A를 논의했다면 비밀 유지 계약 기간을 위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MBK와 영풍은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올해 초부터 적대적 M&A를 구상했다는 내용이 잇따라 보도됐다. “MBK파트너스는 연초부터 고려아연을 다음 타깃으로 점찍어 전열을 다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올 초부터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등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MBK 측은 ‘차이니즈 월(금융투자회사의 내부 정보유출 방지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이라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 추진 부문과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한 부문이 서로 다르고 분리돼 있다고 설명한다. 두 부문 간 정보 교류가 차단돼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김병주 MBK 회장을 비롯한 ‘윗선’에서는 업무 영역과 역할이 중복될 수 있어 ‘차이니즈 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