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의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가운데 노르웨이의 해양 시추업체 ‘시드릴’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가 20일 첫 탐사시추에 나섰다.

지층 굴착 장비인 비트(bit) 뒤에서 시추선 인력들이 장비를 연결하고 있다. 석유공사 제공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대왕고래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유망구조(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구역)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지난달 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한 첫 탐사시추 해역의 세부 좌표를 ‘대왕고래’로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9일 부산에 입항한 뒤 기자재 선적 후 16일 밤 부산을 떠나 17일 오전 1차 시추장소에 도착했다. 이후 인근 해저면 시험 굴착 등 준비 작업을 했고, 20일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시추 작업은 앞으로 약 40~50일간 진행된다. 석유공사는 작업 종료 후 시추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1차공 시추 결과는 향후 사업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5년 예산안’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의 사채 발행 등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이어서 현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려는 이 프로젝트가 자칫 추진 동력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본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번 시추는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탐사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추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