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25년 만에 추진된 상속세 세율 인하를 비롯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밸류업’ 세제와 투자 세액공제 연장 등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온 세제 개편안이 대부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겹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을 사실상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추진된 이들 세제 개편안이 그동안 정치·사회적 갈등을 끊임없이 야기해 왔다는 점에서 ‘충분한 숙의 없이 성급하게 발표돼 조세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기재부 제공

22일 국회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강하게 추진해 온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기존 ‘30억 원 초과’에서 ‘10억 원 초과’로 조정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상속세법 조정(완화)에 나선 것은 1999년 이후 25년 만이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한 번 부결된 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전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상속세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아울러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밸류업’ 세제 지원안도 부결됐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에 환원한 금액 중 5%를 초과하는 증가분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주주환원 촉진 세제’가 대표적인 내용이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서 받은 현금배당의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할 수 있도록 한 ‘배당소득 과세특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밖에 ▷밸류업 노력을 한 중견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혜택 ▷신규 설비투자에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 투자 세액공제 1년 연장 등도 본회의 통과에 실패했다.

정부가 추진한 세제개편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는 ‘총선용 이벤트’로 정책을 활용한다는 반발을 불러온 대통령실의 소통 방식이 우선 꼽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책 당국이 아닌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주요 감세 정책을 쏟아내면서 정책이 ‘정치 이슈’로 상당 부분 변질했다는 것이다.

결국 세제 개편안은 발표 때마다 정치·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됐고 진지한 정책적 숙의도 어려워졌다.

총선 표심을 노린 정치적 세제 개편이라는 비판도 야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결국 국민적 공감대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감세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조세 안정성만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