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보잉 737-800’에 대해 전수 특별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사고 여객기에서 회수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2종을 정밀 분석한다. 한편 조종사는 사고 4분 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연합뉴스

30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고 대처 설명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박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우선 사고기인 보잉 737-800과 관련, 이 여객기를 보유 중인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기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는 정비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핀다.

보잉 737-800은 1997년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000여 대가 팔렸다. 그러나 그만큼 기체 결함도 많은 데다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잦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 위주로 101대가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사고기에 있던 비행자료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가 확보됨에 따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긴 뒤 30일 오후부터 분석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있다. 교신 내용 등이 밝혀지면 사고 원인 파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으로 있을 사고 조사 때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NTSB는 미국의 조사단을 이날 한국으로 보냈다. 국토부는 또 원활한 조사를 위해 기체 제작사인 보잉과 미국·프랑스가 합작 투자한 엔진 제작사인 CFMI와도 일정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블랙박스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토부는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 “사고기 조종사가 오전 8시 59분에 조류 충돌에 따른 메이데이를 선언한 뒤 복행(고 어라운드·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것)을 했다”며 “당시 보낸 신호가 처음이자 유일한 조류 충돌 신호”라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보다 2분 전인 8시 57분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했으며 2분 뒤 조종사는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외쳐 조난 신호를 보낸 뒤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라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사고기는 이후 9시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지만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더불어 국토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의 심각성을 인식, 현재 건설이 추진 중인 신공항을 대상으로 관련 규정 강화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희생자 유가족을 위해서는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3층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재난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국토부·행정안전부·국방부·보건복지부·경찰청·소방청·전남도·광주시·무안군·공항공사·항공사 등이 함께 하는 이 조직은 총괄 상황반·유가족 지원반·사고 수습반·법률 및 보험지원반·지역 언론 대응반 등 5개 반으로 구성됐다.

또 국토부는 활주로 인근의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사고를 불러왔다는 주장과 관련,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다.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세워진 구조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설명회를 한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국제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ｍ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같은 방위각 시설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국내외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와 대해 주 실장은 “방위각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규정이 있고, 이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재질이나 소재에 제한이 있는지,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 29일 착륙 도중 방위각 시설에 이어 담벼락에 부딪히면서 기체가 두 동강이 났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181명 가운데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