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8%로 대폭 낮췄다.

이달 20일 미국 신정부 출범과 비상계엄·탄핵 정국 등 대내외 리스크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어느 때보다 확대된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는 물론 금융·외환시장과 민생 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제 정책의 초점을 민생 회복과 대외신인도 관리 등에 맞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사전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 제공

●6개월 만에 0.4%포인트나 하향

기획재정부는 2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는 통상 연말에 이뤄진다. 하지만 지난해 말 비상계엄과 릴레이 탄핵 등 영향으로 발표 시기가 확정되지 못했고 연초에야 나오게 됐다.

우선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특히 정부의 이번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한국개발연구원(KDI·2.0%) ▷아시아개발은행(ADB·2.0%) ▷한국은행(1.9%) 등 국내외 주요 기관보다 낮다.

이들 기관의 전망치가 미국 대선 이후부터 ‘12·3 비상계엄’ 직전 사이에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전망치에는 지난해 말 릴레이 탄핵 등 정치 상황에 따른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27일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2025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며 “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하다 하반기에 고조)가 될 것이냐, 상고하저가 될 것이냐 등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2025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조금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대폭 낮춘 것은 ▷미국 신정부 출범 ▷국내 정치 상황 ▷강달러 지속 ▷내수 회복 속도 지연 ▷수출 증가세 둔화 ▷건설투자 감소 지속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3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 흐름을 시현했으나 최근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복합 위기 후유증과 경기흐름 약화로 민생 체감경기의 어려움도 지속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2024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7월 2.6%에서 이날 2.1%로 0.5%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24년 17만 명에서 2025년 12만 명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00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로, 수출 증가율은 8.1%에서 1.5%로 각각 낮아진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1.8%로 안정될 전망이다.

●“18조원 규모 공공부문 재원 총동원”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4대 기조를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 경쟁력 강화로 정하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대 담론이나 새롭게 추진할 대형 프로젝트를 제시하기 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를 극복하고 내수를 최대한 활성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 18조 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 재원을 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정책금융 12조 원에 재정·공공 추가투자 6조 원을 합친 규모다.

이 밖에도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상반기 예산 신속 집행(중앙 67%·지방 60.5%)을 추진하고, 85조 원 수준의 민생·경기 사업은 상반기 중 70%를 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국 신정부 정책의 구체화 양상, 경제지표 흐름, 민생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할 것”이라며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