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사고 여객기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로 바꾸는 작업이 끝났다. 현재는 녹취록 작성 등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사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거론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포함한 항행안전시설에 대해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현지 실사가 시작됐다.

무안국제공항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음성기록장치(CVR). 연합뉴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고 대응 설명회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음성기록장치에서 뽑은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오늘 오전 완료했다”며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성파일 전환은 3일까지 예상됐으나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며 “용량은 2시간 분량인데, 최장 2시간 분량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음성기록장치의 최대 용량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는 의미다. 음성기록장치에는 조종실 내 승무원 간 대화, 관제 기관과의 교신 내용, 조종실 내 각종 경고음 등이 들어 있다. 통상 엔진이 정지될 때까지 마지막 2시간 동안의 녹음이 담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음성기록장치와 같이 항공기에 실린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미국 워싱턴의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로 옮겨 분석하기로 했다. 현재 국토부는 미국 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 중이다. 분석 때는 비행기록장치 제작사도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서 분석이 이뤄지는 만큼 비행기 제조 업체인 보잉사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 측 조사위 인원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국토부는 이날부터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항행안전시설 현지 실사에 착수했다. 시설의 위치, 높이, 재질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관련 조사는 8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국토부는 실사 결과가 나오면 외국 사례와 국제기준 등을 바탕으로 종합 검토를 한 뒤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을 할 계획이다.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 시설 중간 점검 때 구조물 등을 충돌 때 부서지기 쉽게 만들라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이런 권고가 지켜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차후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기로 했다.

또 국토부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이스타·대한항공·에어인천 등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보잉 B737-800을 보유 중인 6개 사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3일까지 완료한다. 이밖에 유가족에게 긴급 생계지원금 지급, 세금 납부 기간 연장·유예, 특별 휴가 및 휴직 등과 같은 지원 조치도 관련 기관 간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