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정국 불안이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F4’(거시금융책임자인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가 정경 분리의 전면에 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기재부 제공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에 이어 3일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최 권한대행이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한은 신년인사회에서 최 대행의 결정을 비판한 일부 국무위원을 겨냥해 “고민 좀 하고 얘기하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금융감독원도 최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그는 이날 사전 배포한 원고에는 없던 내용을 현장에서 추가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최 대행과 인연이 깊다. 그는 최 대행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일 때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지난해 7월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기재부 1차관으로 최 대행과 함께 일했다.

‘F4’의 메시지에 시장도 반응했다. 지난 3일 코스피는 2% 가까이 올라 244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합쳐 1조 원 넘게 사들였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3% 가깝게 올라 한 달 반여 만에 700선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이틀간 1460선을 유지했다.

‘F4’가 전면에 나선 것은 정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경제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8%에 그쳤다. 정부는 과거 탄핵소추 상황이 실질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에 근거해 올해 경기 전망에는 정치 불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탄핵 소추 상황이 길어지고, 예상 경로를 벗어나면 한국 경제가 재앙 수준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진다.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무산되자 한 목소리로 한국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더 큰 정치적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고, 블룸버그는 “외국인 투자자 유입 기대는 난망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F4 행보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태의 조기 해소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