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액 중 대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4년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대만·베트남에 대한 반도체 수출액 비중은 대폭 늘었다.

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내 반도체 수요 급증 등에 따른 결과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43.9% 급증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중국과 홍콩을 합친 중화권 비중은 2020년 61.1%에서 지난해(1~11월 누계 기준) 51.7%로 9.4%포인트 낮아졌다.

두 국가를 분리해도 중국 비중은 이 기간 40.2%에서 33.3%로, 홍콩 비중은 20.9%에서 18.4%로 각각 떨어졌다.

미국 수출(이하 금액 기준)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4년 7.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최종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넣으면 실질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비중은 더 높아졌다.

대만 수출 비중은 2020년 6.4%에서 2024년 14.5%로 급등했다. 대만에 대한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지난해 1~11월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액은 18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2% 급증했다.

이는 엔비디아에 대한 SK하이닉스의 HBM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통계상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은 미국 수출이 아닌 중간 제조 기지인 대만 수출로 잡힌다.

이에 ▷미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인 대만까지 합친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0년 13.9%에서 21.7%로 7.8%포인트 높아졌다.

베트남 수출 비중도 높아졌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0년 11.6%에서 2024년 12.9%로 높아졌다. 이는 삼성전자의 IT 제품 생산 거점 이동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지형도가 크게 바뀌는 것은 ▷미중 ‘반도체 전쟁’이 초래한 세계 시장 재편 ▷AI 혁명을 선도하는 미국의 반도체 수요 급증 ▷주요 글로벌 IT 제조 기업의 탈중국 흐름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강화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수출 다변화’ 측면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