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차량 구입비 지원 등을 추진해 대내외 리스크로 ‘일시적 수요 정체’(Chasm·캐즘)를 겪는 친환경차 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기로 했다.
수소차와 관련해서도 대용량 충전소를 지금보다 배 가까이 늘리고 수소버스 정비센터를 권역별로 구축한다. 이차전지 생태계 강화를 위해 8조 원에 가까운 정책금융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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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왼쪽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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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영화관용 중속 충전기 도입
정부는 1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캐즘과 화재 우려 등으로 성장이 둔화한 전기·수소차를 집중 육성하고, 미국 신정부 출범 등 글로벌 대외 불확실성에 휩싸인 친환경차 업계를 돕기 위해 각종 지원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정부는 대형마트와 극장 등 2, 3시간 체류에 적합한 중속 충전기(30~50㎾)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는 최대 출력이 40㎾ 이상인 급속 충전기와 그보다 낮은 완속 충전기로만 나뉜다. 두 충전기 모두 2, 3시간 정도 머무는 곳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완속 충전기는 3시간 안팎에 차를 충분히 충전시키기 어렵고, 급속 충전기는 1시간(완속은 14시간) 넘게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돼 일을 보다가 차를 빼러 돌아와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친환경차법 시행령을 개정해 최대출력 30~50㎾(킬로와트)인 ‘중속 충전기’ 시설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공용 주차장 등 공유재산에 충전기를 설치할 때 ‘지방의회 동의 절차’를 삭제해 빠른 구축이 가능하도록 도울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 병목지점을 중심으로 급속 충전기 4400기를 확중한다. 여기에는 올해 3758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또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상황에 대응해 제조사가 차량 가격을 할인하면 할인액에 비례해 구매 보조금을 더 주는 정책을 올해도 이어갈 방침이다.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이 생애 첫 차로 전기차를 사면 보조금을 20% 더 주고 다자녀 가구면 자녀 수에 따라 100만~300만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전기차 소유권’과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하는 것도 검토한다. 차와 배터리 소유권 분리는 전기차 초기 구매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이차전지 정책금융 7조9000억 지원
수소차와 관련해서는 시간당 충전량 80㎏ 이상의 대용량 충전소를 2027년까지 119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지금(56곳)보다 배 많은 규모다.
2030년까지 광역버스 4분의 1을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한편 수소버스도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고성능 수소버스’가 보급을 촉진하기로 했다. 수소버스 보급대수에 비례해 권역별 정비센터를 설치한다.
이 밖에 1㎏에 3600원인 수소연료 보조금을 늘리고, 수소연료용 천연가스 요금 인하 조처를 2027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전기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300만 원)와 취득세(140만 원)를 2026년까지 감면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제는 2027년까지 3년 연장한다.
이차전지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이차전지와 관련해 기업의 자금 수요 대응을 위한 정책금융(대출·보증·투자)을 지난해 6조 원에서 올해 7조9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울산 등 이차전지 특화단지 내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도 지난해 192억 원에서 올해 252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 메탈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희토류 함량을 낮춘 모터 개발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 전기차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4300억 원을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