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인 23일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고려아연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를 향해 대타협을 제안했다.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가운데), 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 부회장(왼쪽), 신봉철 고려아연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옥재 기자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 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 부회장, 신봉철 고려아연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고려아연 최고 경영진과 노조는 “전날 임시주주총회의 결과는 이처럼 모두의 노력과 염원이 담긴 결과물이다. 많은 주주와 울산 등 지역사회, 나아가 많은 국민의 걱정과 지지를 자양분 삼아 국가기간산업을 반드시 지켜내야 하며 소중한 대한민국의 중요한 기술들의 유출을 막고 또한 우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와 일자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저희 경영진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지난 9월 13일 기습적인 공개매수와 함께 시작된 적대적 M&A는 고려아연과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협력사와 고객사분들께 큰 불안감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일상이라는 삶 자체를 파괴한다”며 “고려아연은 누구 하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이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대한민국 미래 전략산업에서 흔들림 없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주주가 힘을 모으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소중한 대한민국의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이제는 그만 억지로 만들어낸 주장과 비방이 난무하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우리의 상처보다 고려아연에 대한 사랑이 더 크기 때문에 우리는 MBK 파트너스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MBK를 향해 대화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고려아연은 “우리 고려아연은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대타협을 받아들인다면 고려아연은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MBK 측에 대타협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고려아연이사회를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이를 MBK에게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MBK가 원하신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쌓은 MBK의 노하우와 지혜는 고려아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풍·MBK 연합을 이끄는 김광일 MBK 부회장은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려아연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이사를 비롯해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임시주총 하루 전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하기 위해 영풍의 지분 10.3%를 취득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전날인 23일 주총 표 대결에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을 눌렀다. 핵심 안건이었던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표결 결과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어진 이사 선임안 투표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각각 20∼30% 찬성 득표로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것은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지만 전날 조치로 이날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