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10% 넘게 줄어들며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도 20억 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 실적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관세 정책을 속속 발표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올해 한국 수출이 지난해처럼 뚜렷한 호조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일평균 수출액은 7.7% 증가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1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수출액은 491억2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10.3% 줄었다.

월간 기준 수출액이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보인 것은 2023년 9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지난달 수출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설 연휴 영향으로 올해 1월 조업일수(20일)가 지난해 1월(24일)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 연휴는 2월에 있었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달 주요 회의 및 간담회 등에서 “1월 수출은 일시적인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조업일수 영향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1월보다 7.7% 증가한 2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많은 액수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지난달 수출액을 15대 주력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와 컴퓨터SSD 등 IT(정보기술) 분야 2개 품목만 증가했다.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하 금액 기준)은 101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8.1% 늘었다. 역대 1월 중 2위 실적이다.

아울러 ‘15개월 연속 플러스’ 및 ‘9개월 연속 수출 100억 달러 이상’의 흐름을 이어갔다. 컴퓨터SSD 수출도 14.8% 증가한 8억 달러를 기록했다. 13개월 연속 증가 흐름이다.

반면 자동차 수출(50억 달러)은 19.6%, 자동차부품 수출(16억 달러)은 17.2% 각각 감소했다.

산업부는 “완성차 및 부품업계가 1월 31일에도 추가적인 휴무를 시행하면서 타 품목 대비 조업일수 감소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 자체는 역대 1월 중 2위 실적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석유제품 수출은 34억 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29.8% 줄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과 지난해 12월 주요 업체의 생산시설 화재로 수출물량 생산에 일부 차질이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16.0%) ▷일반기계(-21.7%) ▷선박(-2.1%) ▷석유화학(-12.8%) ▷바이오헬스(-0.4%) ▷철강(-4.9%) 등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산업부 제공

국가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은 춘절 연휴(1월 28일~2월 4일) 영향으로 14.1% 감소한 92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국 수출도 9.4% 줄어든 93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미 주요 품목인 자동차·일반기계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아세안 수출은 86억 달러로 2.1% 줄었다. 다만 대아세안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베트남으로의 수출(44억 달러)은 반도체 호조세에 힘입어 4.0% 늘었다. 13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 신정부 정책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

지난달 전체 수입액은 51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6.4% 줄었다. 에너지 수입은 14.0% 감소한 113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5.5%) 가스(-20.0%) 석탄(-35.0%) 수입이 모두 줄었다.

다만 산업부는 반도체 등 원·부자재가 포함된 에너지 외 수입(396억 달러)의 경우 설 연휴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 감소율(3.9%)이 비교적 낮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18억9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23년 5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2023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1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안 장관은 “올해 1월에는 장기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했다”며 “다만 조업일수 영향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이 7.7% 증가했고, 대다수 품목과 시장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만큼 수출 모멘텀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에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민관 원팀으로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2월 중 ‘수출전략회의’ 개최 ▷금융·물류·인증·마케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모두 담은 ‘범정부 비상수출대책’ 발표 ▷미국 신정부의 정책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 등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