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은 한국 경제성장이 상당기간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학자들이 내다본 한국 경제 성장 전망. 응답 비중의 합은 99%이며, 기타 의견(1%)이 있었다. 경총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 기조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각 대학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교수 1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조사’에서 이 결과가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1.6%로 정부 예측(1.8%)보다 낮게 봤다. 이 조사는 경총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6일부터 17일까지 실시했다.

‘향후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설문에서 응답자 64%는 “상당 기간 경제성장이 정체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일정 기간 하락한 후 완만한 속도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은 35%였다. “일정 기간 하락한 후 반등해 가파른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한 경제학자는 없었다.

이번 조사에 응한 경제학자 56%는 국내 산업경쟁력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중립적 입장을 취한 응답자는 34%였다.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9%에 불과했다.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정부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자 83%가 “미국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 한·미 협력 강화 등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응답 경제학자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6%였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 전망치보다 낮았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전망한 1.8%보다 낮을 것이라는 응답이 58%로 가장 많았고 1.8%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에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을 1.9%로, OECD는 지난해 12월에 2.1%로 전망한 바 있다.

경제학자들(40%)은 국가재정 운용 기조에 대해 “확대가 필요하지만,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재정을 대폭 확대하는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1%로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는 응답(7%)보다 높았다.

경제학자들은 환율(원/달러)은 올해 연간 최저 1364원, 최고 1512원 범위 내에서 변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경제학자 대다수가 미국 금리인하 속도 조절 같은 요인들로 현재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첨단기술 경쟁 심화, 보호무역 확산, 소비 부진 같은 요인 때문에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경제학자들도 지금의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국 우선의 냉혹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고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