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30% 이상 줄이기 목표에도
- 2023년보다 41명 늘어난 119명
- 급증원인 제대로 못 찾는게 문제
- “악천후 외 안전불감이 사고 유발
- 한정된 조업구역 등 규제도 한몫”
9일 새벽 전남 여수 해상에서 14명이 승선한 부산 선적의 139t급 대형 트롤 선박 제22서경호가 침몰했다. 사망이 확인된 선원 외에 실종자도 많아 인명 피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초부터 어선사고 및 사망·실종자 수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오는 2027년까지 어선 사고 인명 피해를 30% 이상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올 들어서도 좌초 등이 잇따르면서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어 선원 안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 9일 새벽 전남 여수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139t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전 제22서경호 모습(왼쪽)과 이날 사고 직후 어선에서 탈출해 구명 뗏목에 타 구조를 기다리는 선원들의 모습. 선사 및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
■대책에도 어선 사고 급증
이번 서경호 침몰 사고는 지난 1일 제주 인근 해상에서 근해채낚기 어선이 갯바위에 좌초,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한 뒤 열흘도 안 돼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초부터 어선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5월 ‘맞춤형 안전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어선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통해 2027년까지 인명 피해를 현재보다 30% 이상 줄이자는 것이 목표였다. ▷조업 관리 강화 ▷사고 판단 정확도 및 사고 대응 역량 개선 ▷어업인 행동 변화 적극 유도 ▷안전한 어선 건조 등 4개 분야에 대한 전략과 11개 세부 과제도 설정했다.
또 같은 해 7월 해수부와 행정안전부, 해경, 지자체 등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민관 합동 해양 선박 사고 재난 원인 조사반’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책 시행에도 어선사고 사망 및 실종자 수는 늘었다. 해수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어선 전복 침몰 충돌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은 119명으로 2023년 78명보다 41명(52%)이나 급증했다. 2014년 133명 이후 가장 많다. 사망·실종자가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2017년(100명) 이후 7년 만이다. 어선 사고 사망·실종자 수는 2020년 99명에서 2021년 89명, 2022년 83명, 2023년 78명 등으로 매년 줄었으나 지난해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에도 상황은 좋지 않다. 제주 해상 사고와 부산 선적 어선 사고를 포함하면 벌써 두 자릿수 인명 피해가 났다.
■급증 원인 제대로 파악 못해
해수부는 대책 수립 이후에도 어선 사고 및 인명 피해가 줄지 않는 명확한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선 사고 인명 피해는 전체 해양사고 피해의 70%를 차지한다”면서 “안전과 관련해 현장에서 이행력이 부족한 것이 없었는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현장에서는 정부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봉책만을 제시할 뿐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며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도 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악천후 등 기상 상황 외에도 다양한 원인을 꼽는다. 안전의식 부족이나 기후 변화에 따른 어족자원 변동, 어선 규모 제한 및 조업구역 설정 등 낡은 규제 등을 든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교수는 “어업인 안전 의식이 중요한데도 안전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최근에는 외국인 선원이 많이 늘어나 한국어 부족으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구와 장비 관리 여부와 노후 선박 상시 안전 점검 등에 대한 관리 및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수산자원 변동은 점점 심해지는데 어업 규제는 수십 년간 제자리에 머물어 안전 사고 발생을 높인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4월 통영 욕지도 해역에서의 대형쌍끌이저인망 어선 사고가 발생해 선원 11명 중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정된 조업구역 때문에 불법조업을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016년 이후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일본 어장에 들어갈 수 없는 데다 대형 어선의 조업구역은 1963년 수산업법 개정 이후 약 60년간 변하지 않아 불법조업을 통해 어획량을 확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권영준 근해트롤어업협회장은 “수산자원은 급속도로 변하는데 낡은 규제는 여전하다 보니 수산물을 찾아 바다를 떠도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며 “정확한 원인은 전문가들이 파악해야겠지만 수산인들이 안전 조업하면서도 어획량을 높일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