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전방위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수출로 지탱하는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신정부의 ‘관세 폭탄’이 대상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사실상 글로벌 통상 전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는 대미 접촉을 강화하거나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추진해 트럼프발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현재 ‘국가 리더십 부재’ 사태를 겪는 상황이어서 미국 측의 설득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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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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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구분 않고 무차별 ‘관세 위협’
16일 관계부처와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대중국 10% 추가 관세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자동차·반도체에 관세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 등의 부과를 실시하거나 예고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캐나다·멕시코 대상 관세는 시행을 한 달간 유예했다. 상호 관세와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예고’대로라면 오는 4월 3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들 정책 모두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두 국가를 북미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국내 기업들은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악영향을 받게 된다.
아울러 한국의 대미 수출용 철강에 관세가 붙어도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쓰는 자동차 및 가전 등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 시점에서 우려가 가장 큰 산업은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다. 그동안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수출에서 관세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세를 내가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 달러였고 이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로 49.1%를 차지했다.
가스 수입 확대·대미 협상 등 본격화
이에 우리 정부는 대미 협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회담을 한 데 이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본부 역시 17일부터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통상 분야 의견 교환에 나선다.
박 통상차관보는 21일까지 현지에서 미국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고위 당국자를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고위 통상 당국자가 워싱턴DC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산 가스 수입 확대 등도 검토 중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챙기는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해 통상 압력 완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다.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300㎞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 달러(약 64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참여 의사를 이미 공식화했다. 앞서 미일 정상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미국산 LNG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한 뒤 “양국 기업이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가스 합작 사업 논의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수출선 다변화 ▷생산기지 이전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것을 빼고는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제약이 커 당장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