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해지율 규제강화에 건전성↓
- 생보사도 후순위채 발행 등 진땀

보험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급감했다. 금융당국이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무·저해지 보험 해지 위험도를 기존보다 낮게 반영하도록 하면서, 보험사들이 만기 때 지급해야 할 준비금 비중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연결) 등 5개 손해보험사의 합산 당기 순이익은 7조4007억 원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16.6%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금액이다. 2023년 손해보험사들은 회계 기준 변화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실적은 이를 또 뛰어넘었다.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각 사의 순이익을 보면 삼성생명 2조1068억 원(전년 대비 11.2%↑), 한화생명 7206억 원(17%↑), 신한라이프 5284억 원(11.9%↑), 동양생명 3102억 원(17%↑), KB라이프 2694억 원(15.1%↑)을 기록했다.

이런 역대급 실적에도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NH농협손해보험 지급여력비율은 175.75%로, 전년 말 대비 14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른 보험사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생명은 39%포인트 내린 180%, 신한라이프는 44%포인트 하락한 206.8%, KB손보는 27.8%포인트 내린 188.1%를 기록했다. 그나마 현대해상은 17.4%포인트 하락한 155.8%, 동양생명은 38.7% 내린 154.7%를 기록해,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를 겨우 넘겼다.

이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중도 해시 시 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상품인 무·저해지 보험에 대해 당국이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도록 규제했고, 이에 보험사들의 가용자본이 줄며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했다. 해지 위험성을 보수적으로 반영한다는 뜻은 상품 해지가 적게 발생, 향후 중도 해지에 따른 보험사의 이익이 줄고 만기 시 지급하게 되는 보험금(책임준비금)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 금액은 부채로 잡혀 지급여력비율도 하락한다.

업계는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충을 통해 지급여력비율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역대 최대 규모인 8조6550억 원 발행했고, 올해도 한화손보 5000억 원, 메리츠화재 3000억 원, DB생명 3000억 원, DB손해보험 4000억 원 등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또 한화생명은 최대 6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동양생명은 최대 7000억 원 규모의 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등에 대해 매년 1조 원이 넘는 이자를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자본 비용이 더욱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