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는 그동안 명확한 규정 없이 보험사가 관행으로 지급하던 ‘향후 치료비’(치료 종결 이후 발생이 예상되는 추가 치료에 대해 사전 지급하는 비용) 대상에서 경상 환자는 배제된다. 또 경상 환자가 8주 이상의 장기 치료를 바란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현황 및 주요 개선 내용 . 국토교통부 제공

26일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연내에 관련 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한편 이런 절차가 필요 없는 사안은 상반기 중 후속 조치를 완료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자동차 보험을 악용한 부정수급, 사기, 과도한 합의금 지급 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과잉 진료·장기 치료 등으로 인해 관절·근육의 긴장·삠(염좌) 등 진단을 받은 경상 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의 최근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9%로 중상 환자(연 3.5%)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또 지난해에 지급된 향후 치료비가 1조4000억 원에 이르면서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향후 치료비 대상자는 상해 1~11등급인 중상 환자로 제한한다. 또 향후 치료비를 받았다면 건강보험 등 다른 상품으로 동일 증상에 대해 중복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알리도록 했다. 아울러 경상 환자(상해등급 12~14급)가 통상의 치료 기간(8주)을 넘어서는 장기 치료를 희망할 경우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내도록 한다. 이후 치료 당위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보험사는 지급보증 중지 계획을 서면으로 알리게 된다. 정부는 환자가 동의하지 않아 분쟁이 생길 때를 대비해 조만간 조정 기구를 만들어 운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약물 운전에 대해서도 음주 운전 등 다른 중대 교통법규 위반과 마찬가지로 보험료를 할증(20%)한다. 또 마약·약물 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에는 보상금의 40%를 감액해 지급하기로 했다.

이밖에 이번 대책에는 ▷보험사기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정비업자의 처벌 수위를 현재의 영업 정지에서 등록 취소로 상향 ▷운전자한정특약의 종류와 무관하게 배우자의 무사고 경력 최대 3년 인정(현재는 부부한정특약만 해당) ▷부모의 보험으로 운전한 청년(19~34세 이하)의 무사고 경력 신규로 인증 ▷전자적 지급보증 절차 처리 체계 도입 등도 포함됐다.

국토부·금융위·금감원 측은 “이번 대책은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낮추고 사고 피해자에 합리적인 보상을 지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부당한 일이 생기지 않게 관리·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