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54년까지 매년 42조 원 규모의 해군 함정을 발주할 계획이서 한국 조선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 조선업 협력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려 국내 조선업계가 이러한 군함 발주 계획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화오션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국제신문DB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일 이런 내용이 담긴 ‘미국 해양 조선업 시장 및 정책 동향을 통해 본 우리 기업 진출 기회’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코트라 워싱턴DC 무역관이 작성했다.

우선 코트라는 이달 초 미 의회가 발의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에 주목했다. 법안에는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코트라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조선업계의 미 함정 및 해안 경비대 선박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지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이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투입할 예산은 연평균 약 300억 달러(한화 약 42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코트라는 “미국은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현재 보유 중인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30년간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더 건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매년 12척의 새 함정을 지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코트라는 “미 해군의 군함 유지보수(MRO) 및 신규 건조 시장도 한국 조선업계의 진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해군이 전개 중인 전함은 149척에 달한다. 이는 잠수함과 항공모함은 제외한 숫자다.

미 해군은 이들 전함 MRO 사업에 연간 60억~74억 달러(약 8조8000억~10조8000억 원)를 지출한다.

미국 내 조선소 부족, 설비 노후화, 생산성 저하 등 문제로 미 전함의 MRO 지연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7함대는 일본 내 자체 정비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증가하는 MRO 수요를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규모가 커지는 미 전함 MRO 사업권을 놓고 역내에서 일본과 한국이 경쟁하고 있다.

코트라는 “미국 조선·MRO 시장이 한국에 활짝 열리면 조선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혜택이 돌아가면서 ‘K-조선 생태계’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한국 조선사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철강재는 877만t으로 2017년(1153만t)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았다.